'탄소중립' 열쇠 CCU기술…韓, 걸음마도 못뗐다

공장 굴뚝서 탄소만 뽑아내 보관
분리한 탄소는 화학제품 '재활용'

美·EU·日, 다양한 원천기술 확보
폴리우레탄 등 상용화 앞서

한국은 10년간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국가 R&D 과제 선정
비용 많이 들어 민간 참여 유도를
최근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CCU는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저장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소재나 제품으로 바꾸는 기술을 의미한다. CO2를 저장한다는 의미의 ‘S(storage)’를 더해 ‘CCUS’로 불리기도 한다.

업계에선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는 미래 기술을 전제로 중장기 계획을 짜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CCU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CCU 기술 명맥 10년간 끊겼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CU 기술은 크게 포집, 화학전환, 생물전환, 광물탄산화로 나뉜다. 포집은 여러 물질이 혼합된 배출가스에서 CO2를 분리하는 기술로 연소 전 포집, 연소 후 포집, 연소 중 포집(순산소 연소 등)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관심이 큰 분야는 배출가스(CO2+N2)에서 CO2를 얻는 연소 후 포집이다. 발전소나 공장 굴뚝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포집할 수 있는 CO2 농도가 석탄화력의 경우 10~15%, 액화천연가스(LNG)화력은 4%로 낮은 편이다. 다른 나라에선 상용화된 기술이지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보령화력 하동화력 등에선 초기투자비 문제로 전기출력 10㎿급 시설에서 기술 개발이 멈춰 있다. 반면 미국은 240㎿급, 캐나다는 150㎿급 상용 화력발전소에서 상용화 연구를 하고 있다.

연소 중 포집 기술의 대표 주자인 순산소 연소는 고난도 기술로 꼽힌다. 공기 대신 산소만을 사용해 연소하면 CO2, 물, 분진, 이산화황이 배출되는데 CO2만을 바로 빼낸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열출력 50㎿급 순산소 연소 발전 실증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전력이 열출력 10㎿급 순산소 연소 실증 연구를 하고 있다.정부는 지난 6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CCU 기술혁신 로드맵을 내놓고 현재 60~70달러 선인 CO2 1t당 포집비용을 2030년까지 30달러, 2050년까지 20달러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류호정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가 CCU 종합계획 추진안이 (이명박 정부인) 2010년 7월 제시됐으나 이후 10여 년간 국가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CCU 기술은 개발 비용이 막대하고, CO2는 배출권거래제 외에는 재화의 가치가 없는 만큼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만 있다면 CO2는 신소재

화학전환 기술은 CO2를 원재료로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메탄올, 초산, 개미산, 옥살산, 우레아 등이 직접 전환 가능한 제품이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제품은 우레아로 연간 생산량이 1억5000만t에 달한다.

미국과 EU, 일본은 이미 다양한 화학전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일본 아사히카세이의 에틸렌카보네이트, EU 기업 코베스트로의 폴리우레탄 등이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 상용화 사례는 아직 없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부흥산업과 초산을 연간 20t 이상 생산하는 시험 연구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하루 메탄올을 10t가량 생산할 수 있는 실증 연구를 하고 있다.광물탄산화는 CO2를 탄산염 형태로 전환해 소재화하는 기술이다. 폐콘크리트, 석탄재, 철강슬래그 등을 특수 처리해 고순도 탄산염을 얻은 다음 이를 고무 등 화학제품이나 건설자재로 바꾼다. 선진국 대비 국내 기술이 역시 취약한 분야다. 미국 솔리디아, 캐나다 카본큐어 등이 광물탄산화 기술 상용화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기초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