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제작 시스템' 유출인가, 수출인가

일각선 "K팝 고유성 사라질라"
전문가 "협업해야 장기적 확장"
한류를 이뤄낸 시스템과 DNA를 해외에 이식하는 움직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수출’이 아니라 ‘유출’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K팝의 다양한 노하우를 통째로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획사들은 1990년대부터 다양한 형태의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K팝은 이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밑거름 삼아 성장했다. 기획사들은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의 음악을 접목하고 융합해 지역적 특성과 글로벌 특성을 동시에 지닌 음악을 탄생시켰다. 이 같은 성장 토대를 통째로 빼앗기면 K팝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최근 중국 등에서 한국 문화를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선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구매하지 않은 채 그대로 베껴 방영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국 게임엔 우리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은 캐릭터도 중국인인 양 등장한다. 한류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아이돌이 외국어로 노래를 부르면 해외 팬들이 이를 K팝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K팝의 고유성도 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전문가들은 기존 틀에 갇혀 있기보다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유출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과거의 사고방식”이라며 “글로벌 시대인 만큼 어떻게 협업하고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팝의 노하우는 이미 대부분 공개돼 있다”며 “하지만 외국에서 실제 한국 특유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하고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송요셉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모든 문화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며 이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생명력 유지에 더 유리하다”며 “초장기 목표가 되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를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