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K팝 걸그룹' 니쥬, 日차트 올킬…웹툰은 해외작가 77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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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IP수출 넘어 제작 시스템 통째로 이식올 상반기 일본 음악 시장에선 걸그룹 니쥬(NiziU)가 가장 큰 화제였다. 여성 그룹으로는 사상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1억 스트리밍 기록을 두 차례나 달성했다. 지난해 6월 프리 데뷔곡으로 1억 스트리밍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정식 데뷔 싱글로 1억 건을 돌파했다.
JYP, 니쥬 잇는 日보이그룹 발굴
SM, 중국인 아이돌로 인기몰이
하이브, 미국서 K팝그룹 오디션
니쥬 멤버는 전원 일본인이다. 노래도 일본어로 부른다. 이런 니쥬를 만든 건 국내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다. 일본 최대 음반사 소니뮤직과 손잡고 니쥬를 발굴했다. 두 회사는 일본인 보이그룹도 기획하고 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글로벌 그룹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K팝이 글로벌 주류 되는 기회”
국내 기획사 및 콘텐츠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국내로만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어디서든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문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지식재산권(IP) 수출을 넘어서 K컬처를 탄생시킨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글로벌 프로젝트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장르는 K팝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인으로 구성된 보이그룹 ‘웨이션브이(WayV)’를 선보였다. 이들은 데뷔 미니앨범으로 아이튠즈 종합 앨범 차트에서 세계 30개 지역 1위에 올랐다. 중국 보이그룹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최근엔 미국으로 움직임을 확장하고 있다. 아이돌 NCT의 미국 유닛인 ‘NCT 할리우드’를 결성하기 위해 올해 글로벌 오디션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할리우드 제작사 MGM과도 손잡았다.
방탄소년단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을 뒤흔든 하이브도 미국에서 K팝 보이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과 함께 미국에서 오디션을 한다.
한국인과 한국어를 찾아보기 힘든 K팝을 한류로 볼 수 있는지 논란도 있다. 하지만 기획사들은 ‘한류 시스템’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분명한 한류라는 입장이다. 박진영 총괄프로듀서는 니쥬를 출범시키며 “니쥬는 K팝 걸그룹”이라고 정의했다.이런 시도가 한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요셉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큰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K팝은 여전히 비주류”라며 “현지에서 아이돌을 육성하고 영향력을 높인다면 주류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웹툰계 넷플릭스’ 꿈꾼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글로벌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10부작 미국 드라마 ‘더 빅 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가 미국 드라마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이를 포함해 스튜디오드래곤은 10여 편의 드라마를 미국에서 제작한다. 스튜디오드래곤만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미국 드라마 ‘동조자’엔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한다.영화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생충’ 흥행 이후 현지 영화 제작사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를 시작으로 10여 편의 영화를 미국에서 기획·제작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양국의 문화적 간극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며 “넷플릭스 ‘킹덤’이 사극이라는 한국적 요소 덕에 외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처럼 한국 제작사들의 지역성도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안에 전 세계 작가들과 콘텐츠를 끌어들이는 전략도 눈에 띈다. 국내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미국, 유럽 등의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확보한 해외 작가 수는 네이버웹툰 70만 명, 카카오웹툰 6만5000명에 달한다.
김창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 담당은 “‘미국판 윤태호(웹툰 ‘미생’ 작가)’가 나와야 한다”며 “스토리산업의 핵심은 오리지널 IP인 만큼 글로벌 작가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