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명에 변명, 식언에 또 식언…분노 부르는 백신행정

모더나 백신 도입 차질을 계기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처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백신 수급뿐 아니라 방역행정과 위기 대응 리더십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백신 접종에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 “짧고 굵게라던 4단계 거리두기는 도대체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이냐” “대통령은 어디 있느냐” 등 국민의 불만과 분노가 터져나온다.

가장 비판이 집중되는 부분은 백신 조달 문제다. 정부는 1억93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자랑해왔지만 10일 현재 들어온 물량은 2770만 회분(14.4%)에 불과하다. 백신 부족으로 접종 완료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15.0%)다. 모더나 백신은 도입 시기가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그때마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요지로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변명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백신 부족에 대한 대응도 한가하기 짝이 없다. 모더나·화이자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리고, 18~49세 1차 접종에 아스트라제네카(AZ) 투입을 검토하는 식이다. 전형적인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이런 대응에 방역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한 지 오래다. 백신도 못 구한 정부가 ‘점심 4명, 저녁은 2명’ ‘결혼식장 49명, 교회는 99명’ 같은 납득하기 힘든 방역지침만 강요한다는 성토다.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 책임이 절대적이다. 고비마다 성급하게 축포를 터뜨려 대유행을 자초했고, ‘K방역 성과’ 운운하며 백신 확보에 미적거리다 ‘접종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백신 부족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백신은 충분하다고 장담했지만 이 역시 식언의 연속이다. 대통령은 작년 말 3차 대유행 때 모더나 백신 4000만 회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도입된 것은 245만 회분(6.1%)이 전부다. “4400만 명 접종 물량 확보!”라고 플래카드를 걸었던 여당 의원도 있다.

상황이 이러면 당연히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도 대통령은 “백신 불확실성은 세계적인 문제” “소수 해외 기업에 (백신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남 탓 하듯 언급했을 뿐이다. 반복되는 변명과 식언은 가뜩이나 힘든 국민을 더욱 맥빠지게 한다. 정부는 갈등과 위기에 처했을 때 설득과 포용, 정직함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