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찔리고도" 피습 검찰 공무원, 제압 시도해 대형피해 막아

광주고검 청사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공무원이 여러 차례 공격 당하면서도 괴한을 붙잡아 대형 피해를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광주고검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50분께 A(48)씨가 길이 1m(날 길이 60cm)의 흉기를 빼 들고 광주고검·지검 청사 8층에 침입했다. A씨는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고검 차장검사 부속실 쪽 복도로 향하다가 업무 보고를 마치고 나오던 고검 총무계장 B씨와 마주쳤다.

B씨는 A씨가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왼쪽 옆구리를 찔렸다.

A씨는 또 다시 몇차례 공격을 시도했고 B씨는 이를 팔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팔 안쪽을 심하게 찔렸지만 A씨를 넘어뜨린 뒤 그를 놓지 않고 크게 소리를 쳤다.

이후 B씨의 소리를 들은 다른 직원 6명이 복도로 나가 A씨를 제압하고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B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9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다. B씨는 오랫동안 수사관으로 현장에서 활동했으며 체격이 크고 꾸준히 운동해 A씨에 대한 제압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관계인은 아니며 이날 오전 경남에서 차를 몰고 찾아와 흉기를 꺼내 들고 "판사실이 어디냐"고 1층 현관에서 방호원을 위협했다.

A씨는 범행 전 자신의 블로그에 "전라도 것들이 복수를 위해서 공부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어 결국 미친 짓을 했네"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블로그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 세월호 참사, 문재인 정부 등을 비하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경찰은 특수상해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고검은 당시 출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중앙 현관을 개방해놓은 점, 1층 근무 방호원 4명 중 한 명이 휴직하면서 중앙 현관에 방호원을 한 명만 배치한 점, 검색대를 민원실 출입구에만 설치한 점 등에 대해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고검 관계자는 "직원의 희생정신으로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지만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