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왔던 김여정·김영철의 '협박'…"엄청난 위기 느끼게 해줄 것"

北, '천안함 폭침' 주역 김영철 명의 담화 발표
이틀 연속 통신선에도 응답 안해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여정 당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 첫번째)과 김영철 당시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쪽에 배석했다. 한경DB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대놓고 무력 도발을 시사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행과 관련해 대남(對南) 비방 담화를 발표한 것은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김영철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온 겨레와 내외의 한결같은 기대 속에 힘들게 마련됐던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8월 10일부터 우리 국가를 적으로 간주하여 진행하는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려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영철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으로 이 사건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김영철은 “북남 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며 무력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남측이) 평화와 신뢰라는 것이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김영철은 지난 1일 김여정 담화를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당시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려놓을지 큰 용단을 내릴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한 바 있다. 김영철은 “기회를 앞에 놓고도 남조선 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며 남북 관계 경색의 모든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이어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의 권언을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 완화가 아니라 긴장 격화를, 관계 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북한의 대남 비방은 이달 들어서만 세번째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 1일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한데 이어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지난 10일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했다. 특히 이틀 연속 번갈아 나온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는 ‘안보 위기’와 ‘선제 타격 능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향후 무력 도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김영철과 김여정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총괄로 꼽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을 찾았고, 이후 세 차례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도 모두 배석했다. 김영철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통전부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북한은 지난해 6월 남북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단절하며 이를 김영철과 김여정의 지시라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도 통신선을 통한 남북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전날 통신선 복구 14일만에 동해지구·서해지구를 통한 군 통신선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마감 통화에 모두 응하지 않은 데 이어 이틀 연속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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