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 쉘부르의 우산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과거 아버지 세대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경험하고 자신에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뮤지컬 영화<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bourg), 1964>에서 뜨겁게 사랑하던 청춘 남녀가 전쟁과 생활고의 모진 환경에 의해 결국 이별하고 각기 다른 사람과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인간은 사랑만 가지고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이 더욱 급변하면서 기존의 전통이나 관념에서 벗어난 4B(비연애, 비섹스, 비결혼, 비출산) 등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 찾아올 것이다. 벌써 60년 전 만들어진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사랑 때문에 죽을 것 같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라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이미 사랑의 열병과 불안한 미래 사이에서 현실적이고 생존 가능한 선택을 예고한 것처럼 보인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프랑스 노르망디 해협의 작은 항구 도시 쉘부르에서 어머니의 우산 가게 일을 돕는 17세의 쥬느비에브(까뜨린느 드뇌브 분)는 자동차 수리공 기(니노 카스텔 누오 분)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쥬느비에브의 어머니는 가난한 남자가 못마땅하여 딸의 연애를 찬성하지 않는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청년 기는 별안간 날아온 입대 통지서를 받아들고 곧 닥칠 이별의 슬픔과 불확실한 미래에 힘들어한다. 드디어 입대를 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사랑의 확인으로 밤을 같이 보내게 되고 여자는 임신을 하면서 연락 없는 남자와의 고난의 시간을 맞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3 부로 나뉜 주요 전개 방식은?
@1부(이별): 젊은 남녀는 뜨겁게 사랑하며 결혼을 꿈꾸고 있지만 여자의 엄마는 미래가 불투명한 남자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다가 그가 군대에 입대하는 상황을 반긴다. 두 남녀는 재회를 기약하며 눈물의 작별을 하게 된다.
@2부(부재): 입대한 남자는 다리 부상으로 연락이 끊기고 여자는 임신을 하여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가 된다. 이때 부자 보석상은 여자가 마음에 들어 청혼을 하고 아이까지 받아들이자 결국 여자는 힘든 현실 속에서 결혼을 하고 파리로 떠난다.
@3부(귀환): 얼마 후 군대 간 남자가 돌아오지만 이미 여자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한동안 방황하게 되지만 어머니의 죽음과 실연한 자신을 위로해 주던 여자와 결혼하여 주유소를 운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미게 된다.
B. 우연히 재회한 남녀의 모습은?
서로 헤어진 지 6년이 흐른 어느 눈 오는 크리스마스이브, 우연히 남자가 경영하는 주유소에 딸과 함께 기름은 넣기 위해 들른 여자는 남자를 만나 자신의 딸의 이름이 과거 자신들이 같이 정해둔 '프랑수와즈'라며 당신을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하며 차로 가서 보겠느냐고 묻지만 남자는 거절한다. 젊은 시절 죽을 만큼 사랑했던 여자지만 지금은 시간이 흘러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여자는 기약 없이 떠나간다.
C. 까뜨린느 드뇌브는 어떤 배우인가?
1943년생의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be)는 1960년대 알랭 들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던 배우다. 데뷔작 영화 <쉘부르의 우산>에서 흥행과 유명세를 동시에 얻게 된다. 이후 <혐오, 1965>, <인도차이나, 1992>, <리스본 특급, 1971> 등 많은 영화에 출연하였다. 얼음처럼 차갑고 타오르는 불꽃같이 우아하고 근접하기 힘들다는 이미지를 가진 까뜨린느 드뇌브는 1970년대 샤넬 넘버 5의 얼굴이었고 그녀의 이름을 딴 향수도 있었으며,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뮤즈였다. 영화계에서는 "적게 연기함으로써 다른 여배우들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라는 특별한 평가도 있다.
D. 영상 시집이라고 불리는 이 영화의 의미는?
사랑의 감미로움과 고통을 다룬 프랑스의 대표적 뮤지컬 영화로 유려한 카메라 워크와 세련된 색채를 만들어낸 영상 시인이라 불리는 자끄 드미 감독은 핑크, 옐로, 민트, 화이트 등 화려한 파스텔 색감과 까뜨린느 드뇌브가 장면마다 선보이는 노란 트렌치코트부터 블루 스카프 등 아름다움 의상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연출하였다. 남자의 파란 와이셔츠와 파란 벽지, 갈색 재킷과 갈색 시계, 빨간 커튼과 초록 벽지 등 공간의 내부와 외부의 색채를 인물들의 의상과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의상은 모두 크리스찬 디올의 컬렉션이기도 하다. 또한 노래뿐 아니라 모든 대사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완전한 뮤지컬 영화로도 유명하다. 196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후 영화 <라라랜드, 2016>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E. 유명한 OST 음악은?
어린 연인들의 애틋한 사랑을 잘 묘사한 미셰 르그랑의 작품이 영화의 서정을 더욱 리얼하게 높여주었다. 특히 러브 테마곡인 "I will wait for you"는 제38회 아카데미 음악상, 주제가상에 동시 노미네이트되기도 하였다. 사람 다음은 이별 그리고 이별 다음은 새로운 사랑에서 계절처럼 반복되는 사랑과 이별의 특별한 느낌과 감정을 영상에 반영하기도 하였다. 엔딩 신에서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재회한 남녀가 기약 없는 이별에서 담담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더욱 큰 쓸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인류의 문명과 과학이 고도로 발달해왔지만 비가 올 때 비를 피하기 위해 쓰는 우산은 완벽하지도 않은데 오래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심지어 연애, 결혼, 출산 같은 전통까지 바뀌어가는 현실에서 말이다. 영화에서 비 오는날 연인들이 같이 우산을 쓰고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언젠가 자연사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비를 소재로 한 영화 <애수, 1940>,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2>, <클래식, 2003>에서 빗속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은 편리함이나 효율성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비 오는 거리 첫사랑과 우산을 쓰고 걸었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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