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프로포폴 재판서 '경제적 손실' 언급한 이유 [이슈+]

하정우,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인정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 되겠다"
변호인 "벌금형 초과하면 영화 제작 차질"
검찰 벌금 1000만원 구형
하정우 /사진=한경DB
검찰이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치료 목적 외에 투약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실을 인정한 만큼, 개봉 및 촬영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에도 영향이 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하정우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이어 "대부분 범행이 시술과 함께 이뤄졌고, 의료인에 의해 투약됐다는 사실을 참작해달라"며 "실제 투약한 프로포폴량은 병원이 차트를 분산 기재해 진료기록부상 투약량보다 훨씬 적은 점도 참조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하정우에게 동종 전력이 없고, 투약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추징금 8만8749원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정우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얼마나 주의 깊지 못하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많은 관심을 받는 대중 배우가 좀 더 신중하게 생활하고 모범을 보였어야 했는데 제 잘못으로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피해를 준 점 고개 숙여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배우 활동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매우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가 되고 이 자리에 서지 않게 더욱 조심하며 살겠다"고 했다.
하정우 /사진=한경DB
특히 이날 재판 이후 대중들은 하정우 측 변호인의 일부 발언에 집중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으로, 배우로서 활동도 못 하고 경제손실이 크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말이었다.

직접 경제적 타격을 언급할 만큼, 실제로 하정우는 충무로의 대표 '다작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개봉 및 촬영을 대기 중인 작품만 해도 알려진 것만 4개다. 영화 '보스턴 1947', '야행'은 촬영을 마쳐 개봉을 남겨두고 있으며, 넷플릭스 '수리남', 영화 '피랍'은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재판의 향방에 따라 흥행 여부에도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수리남'의 경우 마약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인 만큼,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리남'은 남미의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 비밀작전에 휘말린 한인 사업가의 목숨 건 여정을 그린다. 하정우는 '마약왕 검거 사건에 휘말린 사업가' 강인구 역을 맡았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과 배우에 대한 신뢰에 적잖이 타격이 가는 사안이기에 재판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정우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그해 9월까지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면 마취가 필요 없는 피부미용 시술을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10차례 이상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친동생과 매니저 등의 명의로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하정우는 재판을 앞두고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 이번 재판에만 국내 10대 로펌으로 꼽히는 율촌, 태평양, 바른, 가율의 변호사 10명이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