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 15억…개포 '무순위 청약' 25만명 몰려

디에이치자이개포 5만 대 1

84㎡ 1가구 청약에 12만 대 1
118㎡ 4가구는 평균 3.2만 대 1

18일 발표…계약금 20% 준비해야
전용 84㎡ 실거래가는 30억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해 지난달 31일 입주를 시작한 디에이치자이개포. 개포지구에서 유일한 더블 역세권 단지로 꼽힌다. /이혜인 기자
11일 분양 잔여분 5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이뤄진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인근 중개업소엔 온종일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일원동 B공인 대표는 “오늘 하루에만 20통 넘는 전화가 왔다”며 “전세 매물이 얼마나 빠르게 소진되는지를 묻는 청약자가 대다수”라고 했다. 이번 청약은 ‘집주인 실거주’ 요건이 없어 계약금만 내면 잔금은 세입자를 구해 전세금으로 치를 수 있다. 다만 인근 신축 단지와 비교해 전세 호가가 수천만원 높게 형성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시세 절반 ‘줍줍’에 청약자 대거 몰려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15개 동, 총 1996가구(전용 41~176㎡) 규모 대단지다. 2018년 3월 분양한 뒤 지난달 31일부터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을 끼고 있고, 지하철 3호선 대청역도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역세권 입지다.

이날 전용 84㎡ 1가구, 전용 118㎡ 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이 단지는 24만8983명이 몰려 평균 4만979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는 12만400명이 신청해 12만40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전용 118㎡에는 12만8583명(경쟁률 3만2145 대 1)이 청약했다. 당첨자 발표일은 오는 18일이다.

무순위 청약 분양가는 현 시세보다 15억원 이상 저렴하게 책정됐다. 전용 84㎡는 14억1760만원, 전용 118㎡는 18억8780만~19억690만원이다. 작년 8월 이 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30억3699만원에 거래됐다.이번 무순위 청약에는 집주인의 의무 거주 요건이 없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가 대거 몰렸다. 당첨자는 분양가의 20%를 계약할 때(8월 26일) 내고, 잔금 80%는 오는 10월 29일까지 납부하면 된다. 청약 당시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입주 시점에 전세를 줘 집값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다. 전용 84㎡ 기준 계약금은 2억8352만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를 노린 당첨자는 잔금 납일일까지 전세 세입자를 못 구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 단지의 전세 매물은 656건이다. 전체 가구 수의 32.9%를 차지한다. 새 입대차법 시행과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로 최근 신축 단지의 전세 비중이 2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물이 많은 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무원연금공단 소유의 임대아파트였던 디에이치자이개포는 다른 재건축 단지와 달리 조합원분이 없고 전체 가구 수의 85%가량(1690가구)이 일반에 분양됐기 때문에 전세 물량이 비교적 많은 것”이라고 했다.

‘입주장’에도 전세 호가 높아

전세 물량이 대거 풀렸음에도 전세 호가는 인근 신축 단지보다 높은 편이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16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호가는 무순위 청약 물량 분양가보다 많게는 4억원가량 비싼 17억~18억원에 달한다. 개포동 G공인 대표는 “통상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호가가 내려가는 ‘입주장’이 펼쳐지는데 디에이치자이개포는 호가를 낮추려는 집주인이 별로 없어 시세 변동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실수요자는 디에이치자이개포보다 전셋값이 싼 인근 신축 단지로 몰리고 있다. 2019년 8월 준공된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16억5000만원~17억원으로, 디에이치자이개포보다 1억원 정도 낮다. 디에이치아너힐즈 맞은편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전용 84㎡ 역시 15억5000만~17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와 같은 블록에 있는 신축인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850가구)과 디에이치포레센트(184가구) 역시 시세가 비슷하다.인근 중개업소들은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셋값이 지금보다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일원동 J공인 관계자는 “입주 마감일(9월 28일)까지 잔금을 자력으로 치를 수 있는 집주인이 상당수”라며 “입주가 끝나면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