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사조산업 회장 '지분 쪼개기'…소액주주 "3%룰 무력화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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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산업 경영권 분쟁 새 국면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사조산업 최대주주 측이 지분 쪼개기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은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3%룰’을 무력화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 회장, 내달 임시주총 앞두고
지분 3%씩 2명에게 대여
감사위원 분리선출시 제한되는
대주주 의결권 늘리기 '포석'
소액주주 "법 허점 교묘히 악용"
지난 10일 공시에 따르면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은 문범태 씨와 박창우 씨에게 보유 주식을 15만 주씩 대여했다. 이렇게 되면 주 회장의 지분율은 14.24%에서 8.24%로 낮아지는 대신 두 사람은 각각 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사조산업 측은 문씨와 박씨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문씨와 박씨는 임원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은 아니다”고만 했다.
같은 날 계열사 사조랜더텍도 사조산업의 주식을 사들여 3%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사조랜더텍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1%대였다. 다른 계열사인 사조오양도 사조대림이 보유한 사조산업 주식을 매입해 사조산업 지분율이 3%가 됐다. 취득 목적은 경영권 참여라고 밝혔다. 사조산업의 지분율이 10%가 넘는 사조대림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따라 사조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조산업의 이 같은 지분 쪼개기는 임시 주총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조산업은 소액주주의 요구에 다음달 14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겠다고 2일 공시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오너리스크로 사조산업 주가가 짓눌려 있다며 주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을 요구 중이다. 작년 말 사조산업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했던 골프장 합병 계획에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감사위원 선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3%라는 숫자가 쟁점이 되는 건 감사위원 선출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 중 최소 한 명은 분리선출해야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주 회장 해임안은 3%룰이 적용되지 않지만 감사위원 선출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승산이 있다. 사조산업은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웃돌지만 3%룰을 감안하면 동원 가능한 총 지분은 약 17%에 불과하다. 소액주주들이 확보한 지분은 약 15% 수준이다.
이때 대주주의 지분을 나누면 우호 의결권이 늘어나게 된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론적으로 주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이런 식으로 지분을 3%씩 계속 쪼개면 결국 상법에서 보장한 감사위원 한 명을 분리선출하는 시도가 무력화된다”며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주 회장의 주식 대여는 개인 결정인 만큼 임시 주총과 유관한지 무관한지 등 회사 차원에서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