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金의 배신…수익률 곤두박질

금본위제 폐지 50년…위기의 금투자

금값 올들어 8.8% 하락…S&P500 20%, 집값 7.8% 상승
美 금리인상 가능성·암호화폐 확산으로 투자매력 떨어져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g)당 1734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3%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이날 한국금거래소 종로 본점에 골드바와 황금거북이, 황금돼지 등이 진열돼 있다. /허문찬 기자
금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은 이례적으로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활용하기엔 금의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 등 금을 대체할 경쟁 자산도 늘었다. 1971년 금본위제가 무너진 지 50년이 된 올해 금이 유례없이 초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올 들어 금 가격과 S&P500지수, 10년 만기 국채, 집값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금이 가치가 가장 크게 하락한 투자 수단으로 꼽혔다.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734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초(1902달러)에 비해 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3700.65에서 4436.75로 20% 뛰었다. 미국 대표 집값 지수인 S&P케이스-실러지수는 7.8% 상승했고 국채 지수는 3% 하락했다.기간을 늘려보면 투자 수단으로서 금 수익률은 더 초라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S&P500지수가 네 배 오르는 동안 금 가격은 유일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 10년 만기 국채 지수는 21%, 집값은 80% 상승했다.

물가가 올라 화폐 가치가 하락해도 금을 매입하면 고정된 자산가치를 지킬 수 있다.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며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한 뒤에도 금이 계속 많은 사람의 투자 수단으로 사랑받아온 배경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면서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데다 각국 정부가 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 금값이 하락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전망은 엇갈린다. 미국을 비롯해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푼 각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 가치는 더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확산하면서 금의 투자 매력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금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반등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