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기업] 1만 원대 자가 신속분자진단키트 내놓는다, 에이아이더뉴트리진
입력
수정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유전체 분석 기반 맞춤형 영양소 제공 서비스, 영양제 사업에서 분자진단 분야로 핵심사업을 바꿨다. 분자진단 사업에서 감염병 진단키트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그럴 만한 아이템이 있다. 검사시간 30분 이내, 정확도 98% 이상인 자가 신속분자진단키트다.코로나19 유행으로 모든 진단업체가 호황을 누린 건 아니다. 체외진단 중에서도 분자진단시약과 신속항원진단키트 분야에서 기술력·생산력을 갖춘 기업이 좋은 실적을 냈다. 분자진단에선 씨젠, 신속항원진단에선 SD바이오센서가 대표적이다.두 진단 방식은 코로나19 방역에서 상호 보완이 되는 관계였다. 분자진단에서 보편적으로 쓰인 코로나19 진단법은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방식이다. 검체에서 유전정보가 담긴 핵산을 추출한 뒤 유전자를 증폭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99%에 달해 확진용으로 적합하다. 다만 유전자 증폭을 위해 증폭 장비 온도를 40~80℃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과정을 수십 회 반복하다 보니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데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신속항원진단키트는 15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진단키트에 항체를 심어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의 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키트 크기는 약국에서 구입하는 임신진단기와 비슷한 정도로 작다. 일부 제품은 자가 진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민감도가 80~90% 내외라는 점이 한계다.
신속분자진단키트, 9월 시제품 생산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두 진단 방식의 장점을 합친 신속분자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신속항원진단키트만한 제품 크기로 자가 진단이 가능한 분자진단키트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다음달 시제품을 제작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국내에선 상용화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이미 자가 진단이 가능한 신속분자진단키트가 시장에 있다. 지난해 미국 루시라헬스가 내놓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온도 등락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등온증폭(LMAP) 방식을 적용해 30분 내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민감도 97% 수준이다. 초소형 정밀기계기술(MEMS)도 적용해 스마트폰 크기로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쇄회로기판(PCB)과 전선을 사용하다 보니 6만 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이다.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정확도 98% 이상, 1만 원대 수준으로 신속분자진단키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종철 에이아이더뉴트리진 대표는 “국내 판매되고 있는 자가진단키트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종이로 칩 만들어 소형화·가성비 확보
자가 신속분자진단키트를 만들기 위해선 장비 소형화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는 전처리 과정과 유전자 증폭 과정을 진단키트 내에서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시라가 원가 부담을 감수하고 MEMS 칩을 자가진단키트에 삽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신속항원진단키트는 반도체칩보다 훨씬 저렴한 종이를 이용한다. 검사할 샘플이 종이를 타고 번져가면서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할 항체가 부착된 종이의 특정 부위에 도달하는 측방유동 방식이다.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종이로 칩을 만들어 제조단가를 낮추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검체에서 불순물을 분리하고 핵산을 추출하는 전처리 과정이 종이칩 내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추출된 핵산은 미세유체기술에 의해 종이칩에 부착된 유전자 증폭용 패드로 이동해 등온증폭 과정을 거친다. 이 패드는 종이칩 위에 쌓아 올리는 형태로 부착돼 제품 부피를 최소화한다. 증폭용 패드엔 증폭할 유전자와 반응하는 물질들이 탑재돼 있다. 증폭된 유전자는 형광물질과 결합돼 빛을 낸다. 육안으로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루시라헬스처럼 MEMS 칩을 이용한 분자진단키트는 개발을 마쳤다. 상용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종이칩 기반 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다.
김종철 대표는 “기존 실험실용 장비를 이용한 분자진단키트가 1세대, 증폭장비를 소형화해 휴대용으로 만든 분자진단키트가 2세대라면 우리 제품은 3세대”라며 “코로나19와 독감 등으로 시작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같은 성매개 감염병,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으로 제품 종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암 조기진단 영역에도 발을 들이겠다는 구상이다.AI 영상진단과 뉴트리지노믹스 기술도 보유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인공지능(AI) 기업이었던 에이아이더와 유전체 분석 기반 헬스케어 기업인 뉴트리진이 지난해 12월 합병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AI 연구 역량이다. AI 연구 인력만 40명을 보유하고 있다. 분자진단팀 연구인력(18명)의 두 배가 넘는 수다. 이러한 인적 구성 덕분에 AI를 이용해 분자진단검사 영상의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AI를 통한 영상진단 분야도 이 회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차세대 사업이다. 이 회사는 폐암·혈액암 환자와 일반인의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영상을 AI에게 학습시켜 종양과 정상 장기를 구분하고 암 발병으로 인한 장기·세포의 변화를 정량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7개 의료·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세포의 포도당 대사를 측정할 수 있는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약물 반응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판독 플랫폼을 구축해놓으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트리지노믹스’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뉴트리지노믹스는 유전적 특성에 따라 개인이 섭취한 영양소가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다이어트를 돕는 데 쓰이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개인별 유전적 특성에 맞춰 제공하는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도 구축했다.
체중이 축적되는 기전은 다양하다. 이 기전 중 개인별로 특히 잘 일어나는 기전을 억제한다면 식이요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어떤 사람은 내장지방 생성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은 단당류가 지방으로 전환되는 걸 억제하는 영양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분자진단 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5년 전부터 맞춤형 영양소 제공 사업을 추진해왔다”며 “DNA 분석에 기반한 식이요법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유럽에서 출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에아이더뉴트리진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3분기 중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신속항원진단키트는 15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진단키트에 항체를 심어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의 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키트 크기는 약국에서 구입하는 임신진단기와 비슷한 정도로 작다. 일부 제품은 자가 진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민감도가 80~90% 내외라는 점이 한계다.
신속분자진단키트, 9월 시제품 생산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두 진단 방식의 장점을 합친 신속분자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신속항원진단키트만한 제품 크기로 자가 진단이 가능한 분자진단키트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다음달 시제품을 제작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국내에선 상용화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이미 자가 진단이 가능한 신속분자진단키트가 시장에 있다. 지난해 미국 루시라헬스가 내놓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온도 등락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등온증폭(LMAP) 방식을 적용해 30분 내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민감도 97% 수준이다. 초소형 정밀기계기술(MEMS)도 적용해 스마트폰 크기로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쇄회로기판(PCB)과 전선을 사용하다 보니 6만 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이다.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정확도 98% 이상, 1만 원대 수준으로 신속분자진단키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종철 에이아이더뉴트리진 대표는 “국내 판매되고 있는 자가진단키트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종이로 칩 만들어 소형화·가성비 확보
자가 신속분자진단키트를 만들기 위해선 장비 소형화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는 전처리 과정과 유전자 증폭 과정을 진단키트 내에서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시라가 원가 부담을 감수하고 MEMS 칩을 자가진단키트에 삽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신속항원진단키트는 반도체칩보다 훨씬 저렴한 종이를 이용한다. 검사할 샘플이 종이를 타고 번져가면서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할 항체가 부착된 종이의 특정 부위에 도달하는 측방유동 방식이다.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종이로 칩을 만들어 제조단가를 낮추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검체에서 불순물을 분리하고 핵산을 추출하는 전처리 과정이 종이칩 내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추출된 핵산은 미세유체기술에 의해 종이칩에 부착된 유전자 증폭용 패드로 이동해 등온증폭 과정을 거친다. 이 패드는 종이칩 위에 쌓아 올리는 형태로 부착돼 제품 부피를 최소화한다. 증폭용 패드엔 증폭할 유전자와 반응하는 물질들이 탑재돼 있다. 증폭된 유전자는 형광물질과 결합돼 빛을 낸다. 육안으로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루시라헬스처럼 MEMS 칩을 이용한 분자진단키트는 개발을 마쳤다. 상용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종이칩 기반 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다.
김종철 대표는 “기존 실험실용 장비를 이용한 분자진단키트가 1세대, 증폭장비를 소형화해 휴대용으로 만든 분자진단키트가 2세대라면 우리 제품은 3세대”라며 “코로나19와 독감 등으로 시작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같은 성매개 감염병,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으로 제품 종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암 조기진단 영역에도 발을 들이겠다는 구상이다.AI 영상진단과 뉴트리지노믹스 기술도 보유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인공지능(AI) 기업이었던 에이아이더와 유전체 분석 기반 헬스케어 기업인 뉴트리진이 지난해 12월 합병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AI 연구 역량이다. AI 연구 인력만 40명을 보유하고 있다. 분자진단팀 연구인력(18명)의 두 배가 넘는 수다. 이러한 인적 구성 덕분에 AI를 이용해 분자진단검사 영상의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AI를 통한 영상진단 분야도 이 회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차세대 사업이다. 이 회사는 폐암·혈액암 환자와 일반인의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영상을 AI에게 학습시켜 종양과 정상 장기를 구분하고 암 발병으로 인한 장기·세포의 변화를 정량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7개 의료·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세포의 포도당 대사를 측정할 수 있는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약물 반응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판독 플랫폼을 구축해놓으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트리지노믹스’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뉴트리지노믹스는 유전적 특성에 따라 개인이 섭취한 영양소가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은 다이어트를 돕는 데 쓰이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개인별 유전적 특성에 맞춰 제공하는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도 구축했다.
체중이 축적되는 기전은 다양하다. 이 기전 중 개인별로 특히 잘 일어나는 기전을 억제한다면 식이요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어떤 사람은 내장지방 생성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은 단당류가 지방으로 전환되는 걸 억제하는 영양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분자진단 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5년 전부터 맞춤형 영양소 제공 사업을 추진해왔다”며 “DNA 분석에 기반한 식이요법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유럽에서 출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에아이더뉴트리진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3분기 중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