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안맞으면 출근 못한다" 의무화 나선 美 기업들

사진=AFP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으면 출근하지 못하도록 방역 지침을 세우는 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사업장 등에서 전파력이 큰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 큰 피해를 남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직원들이 소송전에 나서는 등 크게 반발해 지침을 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 휴스턴 지방법원은 지난달 말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생명을 구하는 병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백신을 의무 접종하도록 한 조치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올해 3월 휴스턴 감리교 소속 한 병원은 2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백신을 맞도록 의무화했다. 직원 중 178명은 백신을 거부했고 병원은 이들을 해고했다. 해고 당한 직원 중 수십 명은 직장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이들의 해고가 타당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고용주의 손을 들어줬지만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은 15%에 불과하다. 여전히 백신을 거부하는 직원이 많아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국 모닝컨설트가 지난주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 그만두겠다고 밝힌 사람이 18%에 이른다.

이완 배런케이 펜실베니아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백신 반대론자들의 커다란 분노에 맞서 먼저 나서길 원하는 기업은 없었다"고 했다.이런 움직임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공공기관 등의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면서다. 프랑스는 취약계층과 일하는 직업군은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강력한 백신 의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노잽노잡(no jab no job·접종 안하면 직업도 없다)' 정책이다.

미국은 이런 정책을 시행하진 않지만 연방 공무원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세웠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교사 직업군을 대상으로 이런 방역 지침을 도입했다.

정보기술(IT) 기업과 금융권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미국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구글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월트디즈니 등도 백신 접종 지침을 세웠다. 뉴욕증권거래소도 직원은 물론 방문객이 예방접종증명서를 지참해야 거래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 "더이상 코로나19로 사망한 동료의 가족에게 위로 편지를 쓰지 않길 원한다"고 했다.

백신 접종한 직원에게 당근책을 주는 기업도 늘었다. 스타벅스는 백신 접종 직원에게 4시간의 유급휴가를 준다. 아마존은 80달러를 지급한다. 보잉은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해 회사 안에 대규모 백신 접종센터를 세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