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더 해보자'…이 악문 김병준 선두권

KPGA선수권 첫날 6언더 2위

2011년 데뷔 첫해 이 대회 우승
이후 부진 거듭하며 시드권 걱정

우승자 자격으로 대회 출전
"10년 前 좋은 기억 살리겠다"

김한별 7언더 단독 선두
“마지막으로 올 한 해만 투어 생활을 더 해보자고 결심했죠.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2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0)에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선수권대회 1라운드를 마친 김병준(39·사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KPGA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김병준은 1라운드를 6언더파 64타, 단독 2위로 마쳤다.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몰아치며 올 시즌 코리안 투어 시드를 잃었던 아픔을 단번에 설욕하는 듯한 플레이를 펼쳤다.2005년 KPGA에 입회한 그는 2011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직후 KPGA 선수권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뒤로 우승 소식이 없었다.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가 점차 밀리면서 지난해에는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해 코리안투어 시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또다시 순위가 100위권 아래로 떨어지면서 QT를 치러야 했다. 이번에는 시드권 확보에도 실패했다. 절망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10년 동안 뛰었던 코리안투어 무대를 이제 밟을 수 없으니 직장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골프채를 놓고 레슨으로 방향을 틀려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주변의 응원과 믿음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주변에서 할 수 있다고 아낌없는 응원을 해줬어요. 딱 1년만 더 해보자고 결심하고 스릭슨 투어(2부투어)에 나섰죠.”지난 3월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시드전을 거쳐 지난달 스릭슨투어 11차 대회, 이달 초 13차 대회에서 우승했다. 시즌 2승으로 내년 코리안투어 복귀를 확정 지은 그는 “스릭슨 투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시드전 때 몇몇 출전 선수들이 형편없는 타수를 기록했는데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저 자신을 채찍질했죠.”

KPGA 선수권대회는 역대 우승자들에게 평생 출전권을 준다. 김병준 역시 제54회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톱5다. 그는 “10년 전에도 첫날 6언더파를 기록했다”며 “그때의 좋은 기억을 살려 남은 사흘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1라운드는 김한별(25)이 7언더파 63타, 단독 1위로 마무리했다. 직전 대회인 야마하·오너스K 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은 김한별은 이번 대회를 통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무서운 10대’ 김주형(19)은 4언더파 66타 공동 8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