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타버스를 조금 아는 남자
입력
수정
지면A37
김태오 < DGB금융지주 회장 herman0037@dgbfn.com >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 간 만남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여행길 역시 막혔다. 학교 수업의 온라인 전환, 기업의 재택근무 활성화 등이 메타버스 열풍을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대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일보다 비대면 플랫폼에서 교류하는 일이 더 많아지면서 가상경제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특히 메타버스는 우리 미래의 주역인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젊은이들의 소통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며 게임하듯 즐긴다. 가상현실인 VR보다 더 진화한 개념으로 실제 사회와 같은 문화·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메타버스의 큰 장점이다.
지난 5월 처음 가상공간에서 경영진 회의를 하기 위해 메타버스에 탑승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60대에게는 참 어색하고 생소한 공간이었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서투른 듯해도 흥미로웠다. 조직의 리더로서 항상 딱딱하고 적막한 분위기의 회의가 아니라 즐겁고 화기애애한 회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메타버스 안에서는 그 욕구를 실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회의 목적이라는 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공통된 목표를 향해 의견을 나누고 실행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재미있고 즐겁게, 딱딱하게 할 필요가 없다. 가상공간에서 개개인이 상상하는 캐릭터의 옷과 액세서리를 코인으로 구매하고 아바타를 멋지게 꾸미며 다양한 사람과 마주하고 대화하면 참 새롭지 아니한가.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령을 뛰어넘어 가상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다면, 조직이나 지위가 만들어놓은 세대 간 소통의 벽도 허물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맞춰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꼰대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MZ세대와의 소통은 필수불가결이다. 젊은 사람들 처지에 서서 사고하는 게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엄격한 규범에 따라 금지되는 게 많은 만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 소통하며 재미를 느끼면 참 좋겠다. 간혹 외국영화를 보면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마시기도 한다. 메타버스 안에서 경영진 아바타들이 가볍게 치킨을 뜯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회의하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