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회계 상담]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회계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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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봉수 안세회계법인 상무블록체인 기술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진료 정보 및 임상 결과 등 보안이나 신뢰성, 투명성이 중요한 데이터의 관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회계 이슈를 통해 신종 자산에 대한 회계적 판단 과정을 이해해보고자 한다.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변조되는 약의 구분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공급망에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교보생명이 블록체인 기술로 환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보험 청구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K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들도 속속 블록체인 사용을 도입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용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암호화폐 발행 및 사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제약·바이오 업종과 연관된 몇몇 암호화폐도 이미 발행되고 있다.
상장사를 포함해 법인에서 사업 및 재투자를 위한 암호화폐 보유도 늘어나고 있어 암호화폐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도 서둘러 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K-IFRS, 암호화폐 무형자산으로 분류
2019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SAB)는 암호화폐를 무형자산 혹은 재고자산으로 분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금융자산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자산으로는 인정한다는 의미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공시하는 카카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모두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통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중개기업으로서 매매하는 경우는 재고자산으로 분류하지만 암호화폐 판매를 주영업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면 대부분 무형자산으로 분류될 것이다.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할 수 있는 비화폐성 자산을 의미한다. 특허, 상표와 같은 법적 권리 외에 영업권, 소프트웨어 등이 해당된다. 무형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는 가상통화가 회계적으로 식별가능성과 비화폐성을 충족해 자산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화폐성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결정 가능한 화폐 단위의 수량을 받을 권리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의 자율적 회계 처리 기준
현재로서는 K-IFRS 적용 의무 대상인 국내 상장사들은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IFRS 대신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비상장사는 확정된 원칙이 없어 자율적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그중 빗썸코리아와 코인원의 회계처리는 비유동자산인 무형자산이 아니라 유동자산으로 분류해 기말 시점에 평가된 손익을 반영하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K-IFRS와 같이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면 매일매일 거래가 일어나 가격이 달라지는 자산의 가액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는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회사 자산에 대한 정보가 적합하게 전달되지 않는 점과 회사가 회계처리를 이용해 이익을 조절할 수 있는 점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빗썸코리아는 2020년 감사보고서에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회계정책으로 아래와 같이 공시했다. 빗썸코리아의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회계정책
당사(회사)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행 일반기업회계기준에는 가상자산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므로 일반기업회계기준 제5장에 따라 회계정책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당사는 당사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가격을 공정가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정가치는 거래의사가 있는 독립된 당사자 사이의 거래에서 합의된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당사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공시가격이 용이하게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그러한 가격이 독립된 당사자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한 실제 시장거래를 나타내므로, 당사는 가상자산을 활성시장에서 가격이 공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당사는 자산으로 인식된 가상자산의 평가손익을 가상자산평가이익(손실)의 과목으로 영업외수익(비용)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자료 빗썸코리아 2020년 감사보고서회계정책을 개발·적용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들
암호화폐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암호화폐를 재무상태표상 자산으로 계상하려면 기본적인 자산의 정의를 충족하는 동시에 각자의 영업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빗썸코리아는 공정가치를 적용하게 된 판단 근거, 공정가치의 기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평가손익의 회계처리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각 기업의 경영진은 회계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다.
첫째는 자산의 유동성 분류 및 계정과목을 고려해야 한다. 각 기업은 암호화폐에 대하여 그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계정과목을 적용하고, 유동성 분류는 현금화가 가능한 예상시점을 고려해 분류한다. 빗썸과 같은 거래소에서 현재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경우 유동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둘째는 측정과 인식, 평가에 대한 측면이다. 활성시장으로 볼 수 있는 빗썸, 코인원 등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가격 공개 및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해당 암호화폐는 자산의 정의를 충족한다. 또한, 시세 변동에 따라 가치가 변동되고 매각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할 것이므로 공정가치로 측정 및 인식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거래소에 대한 법적인 안정성과 규제 당국의 방향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재무제표일의 거래소 가격으로 평가하고 장부가액과의 차이를 당기손익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활성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에 관한 것이다.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미래 경제적 효익의 유입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우므로 취득원가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각 기업은 취득원가로 인식한 암호화폐가 활성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취득원가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해당 암호화폐의 처분 등을 통한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낮을 경우에는 손실을 인식하는 것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 새로운 계약들이 회계기준과 법률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나며 각 기업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났다. 투자의 측면에서도, 또 공시의 측면에서도 규제기관보다 먼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업종에서는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대응해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저자 소개>
김봉수 안세회계법인 상무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을 거쳐 현재 안세회계법인 상무로 재직 중이다. 법원 특수분야 감정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주로 바이오 기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