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의 정책프리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바이어스,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글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황숙영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박사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소통에서는 왜곡과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의 확증 바이어스와 국민들의 부작위 바이어스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에는 이런 왜곡을 경계해야 하고 지속적이며 역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언제나 오해가 생긴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바이오생명과학기술과 관련된 위험을 소통하려면 그 오해는 극심해진다. 그러한 오해들을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바이어스로 정리하고 정부나 기업, 연구자에의 함의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손실회피 바이어스
사람들은 이득과 손실의 상황에서 손실을 피하고 싶은 경향(손실회피 바이어스·loss aversion bias)이 있다. 소비자들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득보다 손실 메시지를 제시하면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롤프 도벨리의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제시한 손실회피의 대표적 사례가 있다. 유방암 검진 팸플릿 두 개 중 하나에는 ‘검진을 하면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다’라고 쓰고, 또 다른 하나에는 ‘검진을 하지 않으면 암을 제거하지 못한다’라고 썼다.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한 이들은 대부분 후자의 메시지가 담긴 팸플릿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에 발표한 학술지 <백신>에 따르면 백신 기피 풍조로 인해 매년 약 150만 명의 어린이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려 숨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 활용은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공립 민간 의료기관 등 방대한 의료·건강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렇게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은 금융정보로 인한 피해보다 의료정보로 인한 피해에 더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다.필자는 지난해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바이오·의료 정보 활용 리스크 관련 인지조사를 실시했다. 다수의 국민은 의료적 활용(91.3%), 공익적 기록 보존(76.9%), 통계작성 목적(76.9%), 과학적 연구(86.6%)에 의료 데이터가 활용되는 것에 찬성했다. 하지만 산업적 활용의 경우에만 반대(51.4%)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국민은 의료정보 데이터 활용에 따른 이득보다 유출을 피하기 위해 정보주체가 동의 여부를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각각의 연구 목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동의하는 ‘개별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응답(74.3%)했다.

부작위 바이어스
결과가 유사하더라도 행동을 취하지 않아 발생되는 안 좋은 결과보다, 행동을 취해 발생되는 결과가 더 해롭다고 판단하는 경향(부작위 바이어스·omission bias)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백신접종을 안 하는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 199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일리나 리토브와 조나단 바론 교수 연구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험대상자들이 백신 미접종으로 인해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난다고 해도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아이에게 발생될,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사망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실험자도 있었다.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은 자궁경부암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예방접종 도입 후 10명 중 8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미접종 사유로는 제도를 알고는 있으나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정보노출이 가장 많았다. 2017년 질본이 백신 미접종 사유 조사 결과, 74%는 부작용 우려로 백신 예방 접종을 꺼려했다.

통계에 따르면 약 50만 건이 접종됐지만, 사망이나 장애를 일으킨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 암이나 다른 질환이 증가한다는 등의 왜곡된 주장이 여전히 넘쳐난다. 일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부작용 우려가 확산하면서, 사회적으로 HPV 백신 공포증이 증폭됐고 이는 HPV 감염 및 사망률의 결과를 가져왔다. 70% 이상이었던 예방접종률이 백신 공포가 확산된 후 예방접종률은 1% 이하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높은 책임감을 느낀다. 사회적으로도 행동한 것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만,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선택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하는 방안으로 현재상태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확증 바이어스
현재 습득된 정보에 몰입해 특정 기준이 세워지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향(확증 바이어스·confirmation bias)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믿음, 정보에서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전문가들 역시 확증 바이어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들이 가지는 가치, 신념, 태도, 그들이 속한 조직에 의해서도 바이어스가 발생돼 그들이 다루는 위험과 이득에 대한 정보의 형태와 내용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결론을 도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때로 제한된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무작위적인 현상에 질서를 부여한다거나, 모호한 증거들을 자신의 성향에 따라 해석하거나 분석의 신뢰성에 과신을 할 수도 있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위한 위원회는 2018년 8월 6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3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약물 오남용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아 반대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6년 새 3배가 늘었다. 소비자는 편의성을 고려해 품목 확대를 찬성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어려운 일반인이 약을 판매할 경우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 약사회의 입장이다. 이러한 약사회의 입장에 소비자는 약국에 방문해도 별다른 복약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약국에서 처방받는 것과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같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와 관련한 논의도 각 이해관계자들 입장의 대립과 우려로 10년째 발의, 계류,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안전성, 대형병원 쏠림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원격의료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 서로 다른 입장들이 드러나고 있다. 의원급,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이루어진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작년 6월에 제3차 상임이사회에서 환자 쏠림현상 방지, 의료기관 역할별 차별금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등을 전제로 원격의료 방침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특별위워원회’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병협에 입장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으며, 병협이 일부 대학병원과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원격의료 추진에 앞장선다고 비난했다.

확증 바이어스 사례는 의료환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확증 바이어스나 인지적 바이어스(cognitive bias)가 의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 간주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전략(비판적 사고, 성찰적 실천, 바이어스 인식 전략 등)이 제시되기도 한다.
바이어스 극복 방안
문헌들에 따르면 바이어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동기부여 전략, 인지적 전략, 기술적인 전략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동기부여 전략에는 ‘인센티브(incentive)’와 ‘설명책임(accountability)’이 있다. ‘인센티브’ 전략은 대상을 판단할 때 적절한 보상을 줘서 조금 더 숙고해 대상을 판단하게 한다. ‘설명책임’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설명을 하게 해서, 자신의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인지적 전략에는 ‘반대로 생각하기(consider the opposite)’ 방법이 있다. 이 전략은 ‘나의 초기 판단이 잘못된 이유엔 어떤 것이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대안책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찾고 평가하게 한다.

메시지 프레이밍과 관련된 바이어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생각하기’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메시지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반대의 내용, 대안책 등 새로운 정보를 일부러 찾아내고 평가하게 하는 것이다. 언어적 확률에 의한 메시지의 바이어스는 문구의 선택으로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패 가능성(probable failure)’ 표현을 ‘성공 확률이 아주 적은(slight possibility of success)’ 표현으로 재구성하거나, ‘높은 확률(highly likely)’의 성공을 ‘완전히 확실치는 않은(not completely certain)’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기’ 전략은 단순히 이유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개선효과가 없고 때로는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방해할 수 있다.

기술적 전략에는 ‘그룹 의사결정(group decision making)’ 방법이 있다. 이것은 그룹 내에 상호작용하면서 오류를 걸러내고 다양한 관점의 솔루션들을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그룹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가진 그룹들을 조합하고, 관점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과정에 달려 있다.

하지만 유의할 점은 그룹 내 개인들은 공유된 교육, 공유된 경험, 공유된 토론으로 인해 유사한 세계관과 유사한 사각지대를 가지게 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집단 의사결정의 근본적인 요구 사항은 개인이 집단으로 포함되기 전 독립적으로 자신의 가설, 판단, 추정을 공식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 ‘실패 사전점검(premortem)’의 방법이 있다. 조직이 중요한 문제를 거의 다 결정했지만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을 때, 짧게 회의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한 두 가지 주요 장점은 어떤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집단적으로 그 결정에 순응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정책 차원에서 바이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바이어스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심리학자 이고르 그로스먼은 지적겸손(intellectual humility)을 통해 자기중심적 편향적 사고를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적겸손은 자신의 지식의 한계와 불확실성을 인식해 바이어스 맹점(bias blindspot)을 성찰하는 것이다.

우선 다양한 전문가들의 열린 토론과 과학적 논변이 활발해져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융합적인 식견이 구현돼야 한다. 관련 전문가나 산업계의 실무자 몇몇 사람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투영된 주장이나 팩트는 사회나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유되지 못한다. 또한 실제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소통해야 한다. 소통 중에서 제일 상책이 참여다. 리스크를 정의하고 측정, 평가하는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습이 중요하다. 정부는 그간 원전, 라돈, 공업용우지, 광우병, MSG, 여성용품 등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실패들을 저질렀지만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었다. 우리 사회 특유의 주된 정보통로, 바이어스의 확산경로, 정보수신의 특성 등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하고 학습해야 할 것이다.
<저자 소개>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사진)·황숙영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박사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사업평가국장으로 근무했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과 간사위원을 역임했다.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행정, 경영, 경제를 두루 섭렵한 석학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