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로 바뀐 데일리…"美 Fed 절반, 조기 긴축 선호"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샌프란시스코 총재 "경기 회복세 낙관적"
18명의 Fed 인사 중 절반 가까이 매파로
올해 FOMC 참석자 11명 중에선 최소 4명

다음주 의사록 및 파월 의장 연설에 '촉각'
월마트·타겟·엔비디아·메이시스, 실적 공개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후 사실상 제한 없이 통화를 풀어왔던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시 긴축에 돌입할 조짐이다. 유동성의 힘으로 두 배 넘게 급등했던 뉴욕증시가 긴축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 있었다. 2008년 말부터 돈을 풀기 시작했고, 세 차례에 걸쳐 2014년까지 이어졌다. 대규모 채권 매입액을 줄여나가기 시작한 건 2014년 1월이다. 총 10개월에 걸쳐 테이퍼링이 이뤄졌다.이번엔 다르다. 새로운 양적 완화 정책을 편 게 작년 6월부터인데, 벌써부터 테이퍼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Fed 내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어서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통하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수요가 살아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공급에만 문제가 생긴 상태”라며 “금융위기 때의 테이퍼링을 참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 빨리, 더 짧게’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는 10월부터 8개월간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 Fed가 매달 매입하는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이 1200억달러씩이니, 월 150억달러씩 매입액을 줄여나가는 방안이다.그동안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시각을 보여온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 역시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전망이 매우 낙관적”이라며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Fed의 자금 지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일리 총재는 1년에 최소 8차례 열리는 FOMC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인사다.

조기 테이퍼링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캐플런 총재와 데일리 총재 외에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은 총재 등으로 늘었다. 올해 FOMC 멤버(11명) 중에선 최소 4명이 매파 견해를 보였다.

“고용 등 측면에서 갈 길이 남아있다”는 시각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내 핵심 인사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배경이다.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


▶우선 마감한 미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 짚어주시죠.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와 S&P 500 지수는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다우는 0.04%, S&P 500은 0.30, 나스닥은 0.35% 각각 올랐습니다. 의료 및 정보기술(IT) 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했습니다.

시장이 통화 당국의 조기 긴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경제 지표는 다소 혼란스럽게 나왔습니다. 지난달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동기 대비 7.8% 급등해 다시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시장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하루 앞서 발표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작년 동기보다 5.4%나 뛰었습니다. 다만 중고차 항공권 등 가격 상승률이 누그러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는 징조가 있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12일(현지시간) 전날 대비 0.35% 상승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 수는 3주 연속 감소했습니다. 지난달 1만2000명 줄어든 37만5000명으로 집계돼 고용 시장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시장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도 주목했습니다. 상원이 통과시킨 이 법안에는 도로와 교량, 수도, 통신 등에 550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집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2분기 성적표를 내놓고 있는 기업들의 분위기도 좋습니다.

다만 조기 긴축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다 델타 변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주가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테이퍼링를 연내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준 내에서 커지고 있는데요, 그 내용과 더불어 주요 일정까지 종합해서 말씀해주시죠.


Fed 내에서 조기 테이퍼링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동안 통화 완화 정책을 지지했던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 전망 및 회복세에 대해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며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은 총재도 “미국 경제에 적어도 수요 부진은 없다”며 “다음달 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공개하고 10월부터는 가속페달에서 실제로 발을 떼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수요가 살아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급에만 문제가 생긴 상태”라며 “금융위기 때의 테이퍼링을 참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엔 세 차례에 걸쳐 약 5~6년간 통화를 대규모로 풀었고, 2014년 10개월동안 테이퍼링을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테이퍼링을 더 빨리 시작하고, 더 짧은 기간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두 명을 포함해 조기 긴축을 선호하는 Fed 인사는 전체의 절반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다음주 일정 중에선 FOMC 의사록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27~28일 열렸던 정례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의 직후 발표된 성명서 및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에선 테이퍼링 착수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Fed는 “작년 12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며 “그 이후 경제가 이런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고 명시했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경제 호전에도 불구하고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별도로 오는 17일(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30분) 화상 행사에 나섭니다. 교육자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갖습니다.

다음주 발표될 경제 지표로는 17일 소매판매와 산업생산(7월 기준), 1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이 있습니다.

2분기 실적을 내놓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17일 월마트 홈데포 애질런트테크놀로지 크리스피크림, 18일 엔비디아 타겟 TJX 프로그레시브 웨이보, 19일 메이시스 콜스 로스스토어, 20일 풋로커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음주 주요 경제·실적 발표 일정>

17일(화) 제롬 파월 Fed 의장 연설 / 소매판매(7월) / 산업생산(7월) / 실적 발표 : 월마트 홈데포 애질런트테크놀로지 크리스피크림

18일(수) FOMC 의사록 / 실적 발표 : 엔비디아 타겟 TJX 프로그레시브 웨이보

19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실적 발표 : 메이시스 콜스 로스스토어20일(금) 실적 발표 : 풋로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