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원의 사이언스 톡(talk)] '젊은 똥'으로 노화 막을 수 있다?

美 연구진 논문 발표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 등장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젊은 사람의 피를 마시며 젊음을 유지한다. 소설처럼 현실에서도 ‘젊은 피’가 노화를 막는 데 이용되는 사례가 있었다. 노화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쥐의 '회춘'을 연구하던 제시 카마진은 2017년 '암브로시아'라는 바이오텍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젊은 사람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해 35세 이상의 고객에게 수혈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젊은 피를 수혈받은 사람들의 기억력과 학습력이 좋아지고 여러 건강지표가 좋아졌다는 소문이 돌자, 1L당 5500달러(약 636만원)의 고가임에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임상적으로 효능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중단시켰다.이후 수혈을 중심으로 연구되던 노화 연구는 장내미생물 연구로 대거 선회했다. 그 결과,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 8월호에 혈액 대신에 젊은 이의 ‘대변’을 이식하는 것이 노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ISB) 연구진은 어린 쥐(생후 3~4개월)의 분변을 채취해 나이든 쥐(20개월 이상)에게 이식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8주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같은 나이대의 쥐에게 분변을 이식받은 쥐(대조군)에 비해 학습 및 기억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젊은 쥐의 분변을 이식받은 쥐는 대조군보다 미로를 푸는 과제를 빠르게 해결했고, 같은 미로를 더 잘 기억했다.

연구진은 추가로 젊은 쥐와 젊은 쥐의 분변을 이식한 나이든 쥐의 뇌에서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교했다. 그 결과 해마의 물리적 구조와 해마를 구성하는 화학적 성분이 매우 유사했다. 동시에 대변을 이식해준 젊은 쥐와 나이든 쥐의 장내미생물 군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생물 구성이 거의 흡사했으며, 특히 젊은 쥐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미생물 ‘엔테로코커스(Enterococcus)’가 늙은 쥐의 장에서도 많이 발견됐다.

션 기번스 ISB 박사는 “마치 노화 과정에서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며 “인간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로 노화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올 2월 18~101세 사이의 성인 9000명을 대상으로 장내미생물군을 분석해 ‘네이처 물질대사’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노년에 다가올수록 독특한 장내미생물 양상(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패턴은 40~50대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4년간 추적조사를 한 결과 장내미생물 변화가 더딘 사람은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들이 대사활동과 큰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수한 참여자 혈액에서 페닐아세틸글루타민 등의 대사물질이 대량 발견돼서다. 특히 인돌은 장의 염증을 줄여주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이전의 연구들에서 인돌은 쥐의 수명을 늘려주는 핵심 물질로 밝혀지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토마스 윌만스키 ISB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장내미생물로 수명을 예측할 수 있을뿐더러, 장내미생물을 이용해 노화로 인해 안좋아진 건강을 되돌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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