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매하는 외국인…환율 1170원 근접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수정
오전에 1167원70전까지 올라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1170원 선까지 근접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지난 11일부터 이틀째 4조2000억원가량 투매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을 등지고 이탈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임박한 만큼 환율이 단기적으로 1185원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11개월 만에 최고치
삼전 SK하이닉스 목표가 줄하향
외국인 이틀새 4.2조 순매도
"환율 1185원까지 갈수도"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10시6분 기준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5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67원70전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가 기준으로 작년 9월29일(1171원20전) 후 11개월 만에 최고가다. 환율은 이날 2원30전 오른 1163원50전에 출발한 이후 갈수록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환율은 11일 6원60전, 전날 4원80전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큰 폭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이어지면서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부각됐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990명 늘어나는 등 지난 11일(2223명) 후 사흘째 2000명 안팎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를 집중 매도한 것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하향한 데 따른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종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 내년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CLSA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끌어내렸다.
반도체 업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외국인은 이달 11~12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7613억원, 1조52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4698억원, 7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도체주를 던지고 달러로 환전하는 흐름에 환율이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3주 연속 감소했다는 통계가 발표되는 등 고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고용 회복 기대는 미국의 테이퍼링 등 출구전략 시점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 고점이 1170~1185원에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