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전격화에 국제사회 비상…탈레반에 "자제하라" 경고

유엔 "시가전 발생 땐 민간인 재앙" 우려
미·중·EU "무력집권 땐 정권 인정 않겠다"
탈레반 재집권 공포 속 '글로벌 왕따' 경고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다시 격화해 국제사회에 비상에 걸렸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주요 대도시를 속속 점령하자 민간인 참사 우려와 함께 평화협상 촉구가 쏟아졌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군의 충돌이 시가지 지상 전투로 이어질 가능성을 특히 우려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카불 같은 대도시에서 시가전이 터지면 민간인에게 재앙 같은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유엔은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미군을 비롯한 외국 주둔군이 올해 4월 철수를 마무리하자 권력 공백을 틈타 최근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이날 아프간에서는 카불에 이은 아프간 두 번째 대도시이자 탈레반의 정신적 고향인 칸다하르가 점령됐다.

유엔은 아프간에서 최근 1개월 동안 민간인이 1천 명 이상 살해됐다며 편파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유엔이 비판하고 있는 민간인 참사를 부정하고 있다.

탈레반은 유엔과 적십자 등 국제기구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자신들과 동행하며 진상을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유엔은 올해 1∼6월 아프간에서 사상한 민간인이 5천183명이라며 39%를 탈레반, 23%를 아프간 정부군의 책임으로 집계했다.
민간인 참사 우려가 커지자 국제사회에서는 평화 정착 프로세스를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파키스탄 등의 외교관들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각국 대표는 아프간 정부, 탈레반 대표와 회담한 뒤 성명을 통해 "군사력을 써 수립하는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이들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에 폭력을 중단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정치적 합의, 포괄적 휴전에 이를 조치를 하라고 촉구했다.

유럽 27개국을 대변하는 EU는 이날 따로 성명을 내 탈레반이 폭력으로 집권하면 국제사회가 그 정권을 따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무력으로 권력을 잡고 이슬람 토후국을 재건한다면 탈레반은 인정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 국제지원을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미국을 겨냥한 2001년 9·11테러 뒤 범행 배후인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해 정권을 잃었다.

그 뒤로 탈레반은 20년 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전쟁을 이어왔다. 탈레반은 집권기에 이슬람 경전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극단주의 교리를 토대로 민간인들을 폭압적으로 통치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