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일은 애국일"…1939년 서대문형무소 재소자 생활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 자료 연구서 2종 발간
"각 공장에는 신을 모셔놓는 곳을 안치해 아침저녁으로 예배하게 하며 경신숭조(敬神崇祖)의 마음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매월 1일은 애국일이며 엄숙한 식을 행하고 일본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서대문형무소 직원교우회가 1939년 7월 20일 발행한 '서대문형무소 형무요람'은 '명랑한 일본정신으로의 약진' 항목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가로 11㎝·세로 14㎝인 작은 책은 형무소 업무와 운영 성과를 정리한 자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광복절을 앞두고 박물관 소장 일제강점기 자료 연구서인 '감금과 통제의 기록: 서대문형무소 형무요람(1939) 연구'와 '보험판매왕 조선총독부: 조선간이생명보험증서 연구'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서대문형무소 형무요람 연구서 저자인 한상욱 학예연구원은 "1939년판 '서대문형무소 형무요람'은 아직 학계에 소개되지 않은 사료"라며 "연혁, 건물, 수용인원, 직원, 경비, 작업, 처우, 교육 위생 등 형무소의 전반적 현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형무요람에서 눈길이 가는 내용은 재소자 생활상이다. 일제는 서대문형무소를 조선총독부 형사 정책을 선도하는 곳으로 인식해 위생에 신경 쓰도록 하면서도 수감된 사람들이 일본인으로 교화하기를 희망했다.

형무요람은 "봄과 여름 2회 정기 진단이 행해진다"며 "입욕은 겨울은 1주 1회, 여름은 5일에 1회 행한다.

실내에 구금되는 자에 대해서는 매일 1회 30분 이내의 운동을 하게 한다. 매일 라디오 체조도 하게 하며, 건강 확보에 힘쓴다"고 했다.

일제가 위생 관리에 매진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청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원은 임원근의 옥중기를 인용해 날마다 빈대를 잡는 것이 일과였다고 소개했다.

형무요람은 또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재소자 중에 국방헌금을 내거나 작업 시간을 연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애국심을 독려했다.

또 '여러분에게 바람'이라는 항목에서는 "여러분에게 이해와 동정을 바라는 것은 사법보호의 문제"라며 "그들도 폐하의 적자(赤子·백성)이며 황국신민이고 자식이며 또한 우리의 동포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 주시어 친절하게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형무소는 낙오한 범죄인이 갱생해 '대륙전선의 전사'로 거듭났음을 주지시켜 조선총독부가 의도한 전시 동원체제기의 시국 인식을 강화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연구서는 조소연 학예연구원이 일제강점기 체신국이 발행한 조선간이생명보험증서와 보험료 영수장(領收帳)을 분석한 성과물이다.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시행한 생명보험 제도와 일본 정부로 보낸 보험금 운영·수탈 실태를 탐구하고, 당시 신문에 등장한 보험범죄 사례를 소개했다.

조 연구원은 맺음말에서 "1929년 10월 1일자로 도입된 조선간이생명보험은 해방 직전까지 조선인 인구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가입됐다"며 "식민지 조선인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혹은 강압에 의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입했지만, 결국 휴짓조각이 돼버리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연구서 전자책 파일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