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시장서 '대형주'보다 빛난 '중소형주'
입력
수정
[한경 CFO Insight]'7말8초' 기업공개(IPO) 슈퍼위크가 막을 내렸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대형 공모주의 등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대형 공모주보다 '알짜' 중소형주에 수조원의 자금이 쏠렸다. '대어'가 주도했던 공모주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어보다 인기 끈 중소형주지난 2~3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 크래프톤의 경쟁률은 7.79대 1,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이었다. 지난달 청약한 카카오뱅크(58조원), HK이노엔(29조원), SD바이오센서(31조9000억원)은 물론 상반기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200억원) 등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기관이 참여한 수요예측 경쟁률도 243 대 1에 그쳤다.
반면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중소형 공모주인 원티드랩은 청약경쟁률이 1731 대 1을 넘었다. 64억원 모집에 증거금만 5조5000억원이 몰렸다. 원티드랩은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15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업들도, 개인들도 시가총액 24조원의 '대어' 크래프톤(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24조3512억원) 대신 원티드랩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9~1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 롯데렌탈, 아주스틸, 브레인즈컴퍼니 등의 청약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렌탈은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에 롯데 그룹 계열사, 시가총액 2조원 규모의 대형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통합경쟁률은 65.81 대 1에 그치며 증거금 8조4001억원을 모았다. 반면 아주스틸은 1419.73대 1을 기록해 증거금으로 22조3089억원을 모았다. 브레인즈컴퍼니는 경쟁률 1190.39 대 1을 기록했다.투자 수익률도 대형주보다 높아
상장 후 수익률도 중소형주가 월등히 높았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증강현실(AR) 플랫폼기업 맥스트는 '따상상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가 형성된 후 사흘 동안 상한가)을 기록했다. 이 기업은 기술 특례방식으로 상장한 적자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19억8300만원, 영업손실 25억1500만원 당기순손실 89억2100만원이었다. 적자 기업임에도 주가가 연일 상승했던 것은 '메타버스'(가상세계) 수혜주로 주목받은 덕분이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과 디지털 플랫폼 업체 플래티어도 상장 첫 날 '따상'에 성공했다. 크래프톤이 상장 후 이틀만에 주가가 공모가 대비 18%나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플래티어는 일반 청약에서 2598.8대 1의 경쟁률로 역대 6위. 49억원 모집에 증거금은 6조1846억원이 들어왔다. 증거금과 청약 경쟁률 모두 크래프톤보다 높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주라고해서 IPO에 무조건 성공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적자여도 사업 경쟁력이 높거나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슈퍼위크는 끝났지만 올해 남은 공모주들은 아직 많다.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기업은 어디일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