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인 인구 60% 깨졌다…아시아계 급증

인구조사 이래 첫 백인 감소

10년전보다 500만명 줄어
"2045년 절반 안 될 것" 전망

아시아인, 36% 최대폭 증가
불법이민자도 21년 만에 최다
미국 백인 인구가 10년마다 조사하는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처음으로 감소했다. 백인 인구 비중은 60% 아래로 떨어졌다. 백인 여성의 출산율이 히스패닉(중남미계 미국 이주민) 여성의 출산율보다 떨어진 영향이다. 2045년에는 백인이 미국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히스패닉과 아시아인 등의 증가로 미국 사회의 인종 다양성이 더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백인 비중 60% 아래로

12일(현지시간) 미국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백인 인구는 1억9100여만 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2010년보다 500여만 명 감소했다. 백인이 전체 미국인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57.8%로 줄었다. 1790년부터 시행된 인구조사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이다. 10년 전에는 63.7%, 30년 전엔 75.6%에 달했다.

절대적 규모로 백인 인구는 여전히 1위다. 그러나 비율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히스패닉이 백인 인구를 추월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의 히스패닉 비율은 39.4%로 백인(34.7%)보다 4.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10년 전에는 백인 비중이 40.1%로 히스패닉(37.6%)보다 많았다.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히스패닉은 지난해 621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7%였다. 아시아 인구는 2400만 명을 기록해 6.1%를 차지했다. 10년 전보다 36% 늘어 주요 인종 중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인구조사국은 “미국 인구는 인종적으로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백인 여성의 낮은 출산율이 백인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는 백인 여성의 출산율 하락폭이 히스패닉 여성보다 크다. 10년간 증가한 미국 인구(약 2275만 명) 가운데 절반은 히스패닉이 차지했다. ‘다인종’으로 대답한 미국인 비율이 세 배 이상 증가한 것도 백인 인구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백인으로 답했지만 혼혈 등의 이유로 2개 이상 인종에 속한다고 답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추정이다.

늙어가는 미국인

지난해 전체 미국인은 3억3145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7.4% 증가했다. 10년간 인구 증가율은 직전 조사(9.7%) 때보다 떨어졌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8세 이상 성인 인구는 2억5830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 18세 미만 인구(7310만 명)는 같은 기간 1.4% 감소했다.

대도시 집중화 현상도 감지됐다. 대표적으로 뉴욕시 인구는 10년간 8%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뉴욕시의 인구 증가폭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컸다. 미국 카운티(주 산하 행정단위)의 52%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농촌 인구가 대도시로 이동한 것이다. 이 같은 인구 변화에 미국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10년마다 시행되는 인구조사는 미 하원의원과 대통령 선거인단 수를 조정하는 데 사용된다.

증가하는 불법 이민

불법 이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 사례는 2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 21년 만의 최대 규모다. 특히 부모 없이 국경을 통과한 청소년이 1만5000명을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이민자 친화적 이미지를 보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코로나19 관련 긴급 보건정책인 타이틀42에 따라 불법 이민자를 자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경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의 45%가 멕시코로 송환됐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