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바이오’ 백신 넘어 신약개발에도 훈풍 불까[분석+]

백신 개발·CMO 기대감에 의약품지수 8월 10%↑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제치고 시총 4위 올라
“바이오업종 밸류에이션, 랠리 시작된 2015년 수준으로 회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백신 테마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온기가 돌고 있다. 특히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CMO)를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카카오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됐던 바이오업종에 다시 관심을 가질 때라는 분석이 나온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아직까지 큰 움직임이 없는 신약 개발 기업들의 주가에도 온기가 전해질지 주목된다.

백신 기대감에 SK바이오사이언스 69% 상승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의약품지수는 0.44% 하락한 2만616.4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에도 0.87%의 조정을 받은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하락했지만, 지난달 종가와 비교하면 12.78%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업의 주가가 코스피의약품지수의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들어 10거래일동안 10.45%가 올랐고, 13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5조402억원을 기록해 카카오(64조9272억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에서 네 번째로 큰 종목이 됐다. 이달부터 모더나 백신의 완제의약품을 위탁생산할 예정이며, 내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을 목표로 생산설비 구축에도 나섰다.코로나19 백신 후보 GBP510을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3일 28만8500원으로 마감해, 이달 들어 69.21% 오르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를 승인한 10일에는 장중 상한가(30만2000원)를 기록했다가 한 호가(500원)가 빠지며 거래를 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R&D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그룹 3형제도 이달 들어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사용 지역과 범위가 넓어질 조짐이 보이는 데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판매도 순항하면서다. 이달 들어 셀트리온은 8.68%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99%가, 셀트리온제약은 17.63%가 각각 상승했다. 렉키로나는 12일 브라질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셀트리온이 렉키로나의 허가 변경을 신청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하면서 사용범위 확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했던 리셋 거쳐 리스타트 필요조건 마련돼"

코로나19 관련 테마가 바이오업종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이제는 소외됐던 바이오업종에 관심을 가질 때라는 분석이 나왔다.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의 스타일 리더십과 주도주가 마땅치 않은 순환매 장세가 한창”이라며 “하반기 종목장세를 주도할 핵심 알파 원천으로 대형 CMO·위탁개발(CDO) 기업,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 대표기업 주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증시 전체와 비교한 바이오업종의 주가·밸류에이션이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잭팟으로 바이오업종이 랠리를 시작한 2015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증시가 올해 초 급등장을 연출한 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초 3300선을 돌파할 때까지 바이오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바이오 업종이 상승탄력을 받는 글로벌 컨퍼런스·학회 이벤트가 열리는데, 올해는 이벤트가 종료된 뒤 오히려 저점이 더 낮아지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자료=삼성증권
이를 두고 김용구 연구원은 “지난했던 리셋(reset)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격 모멘텀 상으로도 통계적 주가의 바닥 통과 시그널이 확인됐다”며 “바이오업종의 리스타트(restart)의 필요조건은 상당수 충족했다”고 분석했다.

또 장기금리가 탄력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제한되는 상황이 바이오주에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금리는 기업가치를 분석할 때 미래에 낼 수 있는 이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데 활용된다. 이에 미래의 이익 전망치가 변하지 않아도 장기금리가 낮아지면 현재의 기업가치는 더 커진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의 정점(피크 아웃),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의 부침 심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에 따른 우려는 장기 금리의 탄력적 상승 여지를 제약한다”며 “수익률곡선(일드커브)의 되돌림격 평탄화(flattening)를 경유해 바이오를 위시한 성장주의 괄목상대가 가능하다”고 봤다.

실제 이달 들어 신약 개발 기업 중 일부의 주가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뒤 조정을 보인 11일 이후 꿈틀거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부터 3거래일동안 지놈앤컴퍼니는 17.23%, 제노포커스는 4.29% 올랐다.같은 기간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항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에 이전했던 오스코텍도 13.22% 상승했고, 파멥신은 유상증자 청약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모멘텀으로 20.56% 치솟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