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돌려달라"…'머지포인트' 본사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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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찾아가야 돈 받는다"13일 오전 10시 서울 양평동 머지플러스(머지포인트 앱 운영사) 사무실이 있는 한 건물 앞.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모여 200m 넘게 줄을 섰다. 이 회사가 판매한 포인트의 환불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안전을 위해 행정복지센터 직원 서너 명도 출동했다. 본사 사무실이 있는 이 건물 6층은 “나가겠다”는 직원들과 “뭘 믿고 보내주느냐”며 막아서는 이용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이용자 수백명 본사로 몰려가
환불 요구하며 거센 항의
온라인도 피해자 모임 줄이어
20% 무제한 할인 내걸었지만
돌연 판매 중지·사용처 축소
100만 가입자 "돈 떼일라"
머지포인트 대혼란
머지포인트는 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 개 제휴 업체에서 조건 없이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8만원을 내면 10만원어치 포인트를 제공받아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이번 사태는 지난 11일 머지플러스가 서비스 축소를 공지하면서 일어났다. 이 회사는 “가맹점의 업종을 제한하지 않으면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을 음식점으로 한정했다.이용률이 높았던 편의점, 대형마트 등의 결제를 일방적으로 끊고 포인트 판매도 돌연 중단했다. “환불을 원하면 포인트의 90%를 돌려주겠다”고 안내했지만 “돈을 돌려받기 힘들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이용자들이 회사로 대거 몰려든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프리랜서 김모씨(39)는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수백만원어치의 머지포인트 이용권을 구입했다. 김씨는 “이곳에 도착한 오전 4시30분엔 10명 정도 있었는데 해가 뜨면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껴보려고 노력했던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경기 동탄에서 온 이모씨(31)는 “회사를 고소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제휴사도 모두 믿을 만한 곳이었고 배우 이순재 씨가 광고도 하길래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용자들, 온라인에서 대응방안 모색
온라인 공간도 머지포인트 사태로 시끄러웠다. 네이버에는 ‘머지포인트 피해자 카페’(13일 오후 4시 기준 가입자 1만8000여 명)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에는 소송 및 피해 구제를 준비하는 10개 이상의 대화방이 생겼다. 블로그, 트위터 등 SNS에서는 ‘머지 본사 방문 후기’ ‘환불 후기’ 등의 글이 잇따랐다.일부 이용자가 사용하지 않고 남아 있는 포인트를 이번 사태를 모르는 자영업자의 가게에서 대거 사용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에서는 “머지포인트로 결제가 가능한 상점이 있다”는 정보가 공유되고 돈가스집, 샐러드 가게 등에서 수십만원어치를 구매한 인증도 펼쳐졌다. 이 바람에 80만 명이 모인 자영업자 카페에는 “머지포인트는 부도어음이니 절대 받지말라”고 ‘주의보’가 내려졌다.
환불받을 수 있을까
2017년 7월 설립된 머지플러스는 2018년 2월 머지포인트 플랫폼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섰다. 신용카드사나 유명 유통사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20%의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누적 이용자 수는 100만 명, 하루평균 접속자 수는 20만 명에 달했다. 업계에선 머지포인트 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문제는 이 업체가 2개 업종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시정하라는 감독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고 절차를 밟는 중이다. 머지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업종 하나로 갑자기 축소한 것도 전금업자 등록이 안 된 상황에서 2개 이상 업종에 대해 상품권을 발행해온 것을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회사 측은 “서비스를 임시 축소해 적법성을 갖추고 전금업 등록 절차를 빠르게 밟아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소비자들의 대규모 환불에 대응할 수 있는지부터 의심받는 상황이다. 자본금이 30억원 수준에 불과한 스타트업인 데다 외부 투자 유치 현황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