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얼어붙은 소비심리, 하지만 주가는 또 사상 최고…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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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가 달라진 건 오전 10시께였습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 심리가 예상 밖으로 급락한 것으로 발표된 것입니다. 8월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70.2로 집계돼 월가 예상치(81.3)와 전월 확정치(81.2)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팬데믹이 터진 직후인 작년 4월 71.8도 밑돌며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까지 갈아치웠습니다.
주가가 흔들렸을 뿐 아니라 며칠간 연 1.3% 중반대에서 안정됐던 금리(미 국채 10년물 기준)도 4bp(1bp=0.01%포인트)나 급락해 1.3%가 깨질 뻔했습니다. 이에 강세를 보여온 달러화 가치도 ICE달러인덱스 기준 92대 중반으로 물러섰으며, 국제 유가도 내림세로 전환됐습니다.
그는 다만 "앞으로 몇 달 안에 소비자들은 다시 더 합리적인 기대를 표명할 것이다. 델타 변형 확산이 통제되면서 완전한 낙관론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시간대 조사에서 소비자의 향후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4.6%로, 전월 4.7%와 비슷했습니다. 전달의 4.7%는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또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0%로 전월 2.8%보다 더 올라갔습니다.
공급망이 쉽게 원상복귀가 안되고 있는 가운데 델타 변이까지 다시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이런 높은 물가가 언제 수그러들 지 모릅니다. 이날 세계 최대급 물동량을 처리하는 중국 닝보 저우산항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잠정 폐쇄됐습니다. 이에 따라 화물선들이 인근 다른 항구로 향하면서 '물류 차질 도미노'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각 항구의 적체로 인해 컨테이너 운임이 40ft 하나당 1만 달러(상하이~LA)를 넘은 상황입니다. 1년 전(2000달러)보다 다섯 배 올랐는데 더 치솟을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미국은 중국을 기존 공급망에서 분리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이것도 비용 상승 요인입니다.
이는 이날 발표된 미국의 수출, 수입물가에서도 골고루 나타났습니다. 7월 미국의 수출가격은 전월 대비 1.3% 오르고, 전년 대비 17.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3% 상승하고 전년 대비 10.2% 올랐습니다. 수입물가 상승세는 지난 5, 6월 각각 1.0%, 1.1%보다 떨어진 것이지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런 게 모두 한계에 달했다는 게 오늘 미시간대 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미 정부가 더 이상 공돈을 줄 것 같지 않고,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도 9월 초면 끊어집니다. 그런데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돈을 쓰겠다는 생각을 점점 접고 있는 것이죠.
미국 경제의 70%에 달하는 소비가 변곡점에 섰다는 뜻입니다. 이럴 경우 경기 회복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금리는 7bp나 급락해 1.286%로 마감됐습니다. 다시 1.2%대까지 떨어진 겁니다. 유가도 1% 가량 하락했습니다.
주가는 기업 펀더멘털(마진)과 시장 밸류에이션의 조합으로 이뤄집니다. 주가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지요.
이날 야디니리서치의 에드 야디니 설립자가 S&P 500 지수의 목표가를 내년 말까지 5000으로 높였습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UBS 등에 이어 최근 목표 주가 상향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유명한 낙관론자인 그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기 침체나 신용 위기가 없고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이라는 게 내 근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낮은 금리입니다. 경제가 별로 좋지 않아서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연말 1.9%로 예상했던 10년물 금리를 1.6%로 낮추면서 S&P 500 지수의 목표치를 4300에서 4700으로 높였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 펀더멘털이 나빠져도 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주가는 유지되거나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지난 11일 CPI가 발표된 뒤 3개월 리보 금리가 2025년에도 0.5% 미만에 머물 것이란 베팅이 유로달러 옵션 시장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선물시장은 리보가 2025년 1분기 1.47%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낮은 금리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란 베팅이 늘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작년 2월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전의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1.3%대였다. 지금이 그때보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아졌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금리가 앞으로도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크게 치솟지만 않는다면, Fed도 금리를 많이 올리려고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경기 회복이 느려져도 금리만 낮게 유지된다면 주가는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