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베팅한 개미들 2.8兆 손실…66%가 '8만·9만전자' 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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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 반도체 슈퍼사이클 예상하고 '사자' 나섰지만‘황제주’였던 삼성전자가 ‘국민주’가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18년 5월 250만원이 넘던 주가가 5만원대로 액면분할되면서 대학생까지 투자하는 주식이 됐다. 하지만 그해 말 3만원대까지 급락하면서 장기간 강제 투자하는 의미의 ‘국민적금’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피크 아웃' 논란 속 주가는 올해 고점대비 23% 급락
전문가 "저가매수 기회" vs "투자매력 떨어져" 엇갈려
올 들어 1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주가가 이달 들어 7만원대로 내려앉으면서 2018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개미가 많아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갑자기 꺾이면서 급락하는 모양새가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주가 전망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해 고점 대비 23% 하락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3.38% 내린 7만4400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1일 장중 고점(9만6800원) 대비 낙폭은 23.1%에 달한다. 코로나19 직후인 지난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올해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10.4% 올랐다.삼성전자는 1월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럼에도 개인들은 삼성전자를 적금처럼 꾸준히 매수했다. 주가 구간별 순매수 규모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66%가 8만원 이상일 때 삼성전자를 사들였다.상반기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았고,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전망도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연초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이며 ‘제2 반도체 랠리’를 예고했다. 작년 12월 말 8만5728원이었던 평균 목표가가 10만3120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도 지난 1월이다.
지난해 증시를 주도했다는 믿음도 매수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8~11월 박스권(2200~2400)에 갇혔던 코스피는 그해 말 2800포인트를 돌파했는데, 5만원대에서 8만원대까지 수직 상승한 삼성전자의 활약이 결정적 동력이 됐다.
전문가들도 모르는 전망
개인들이 불안한 이유는 전문가의 전망조차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1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증권사가 있는 반면 삼성전자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긍정론의 중심에는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한다. 목표가 11만5000원을 제시한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투자심리 회복으로 올해 D램 수요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정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코로나19 수혜주로 바라본다. 코로나19로 급증한 반도체 수요가 내년에 유지되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비트코인 급등과 소형 정보기술(IT) 기기 수요로 반도체가 특수를 누렸다”며 “내년에도 이 정도 특수를 누릴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다른 종목과 비교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는 다른 기업들처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2분기)은 차고 넘쳤지만 투자자가 듣고 싶어 했던 비전과 전략 등 ‘빅픽처’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메리트는 충분”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자산운용사들은 가격 메리트는 생겼다고 보고 있다. 7만원 초·중반대로 내려온 주가는 장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삼성전자가 8만원 이하로 내려왔을 때는 분할 매수로 접근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24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132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전망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29.5%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가 유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과거 주가 추이를 봐도 조정세가 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이 지난 20년간(2001년~2021년) 삼성전자 주가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주가는 6개월가량 하락세를 지속한 이후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은 “주가가 6개월 하락하고 변동성이 낮아진 2007년 2월, 2010년 10월, 2015년 6월, 2018년 11월 주가가 평균 23%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고점을 찍은 삼성전자는 7개월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박의명/서형교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