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리아 엑소더스'에…되레 힘받는 한은 금리인상론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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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스피 매물 7조원 매각외국인 투자자의 지난주(8월 9~13일)에 코스피 종목 7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간 순매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데다 원화가치도 하락한 결과다. 원화가치를 높이고 고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주간 순매도 최대치
원화가치 11개월래 최저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 탓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9~13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450억원어치 물량을 순매도했다. 주간 순매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증시 선물도 3만1518계약을 순매도했다. 현물은 물론 선물도 역대급으로 팔아치우며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양상이 뚜렷했다.외국인은 이 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5조5738억원, 2조177억원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2478억원어치를 투매했다. 외국인의 '반도체 투톱' 순매도 물량이 전체 순매도 물량을 압도한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11일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종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반도체주는 물론 원화가치가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외국인은 보유한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한 직후 한국 주식·채권을 사들인다. 한국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향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 환손실을 입게 된다. 원화가치 떨어지면 환손실 우려에 외국인의 한국 자본시장 투자 심리도 위축된다.
외국인의 반도체주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7원80전 오른 1169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9일(1171원20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주에만 26원90전이나 뛰었다. 원화가치는 그 이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2.1% 떨어졌다. 이 같은 낙폭은 주요국 통화가치 가운데 세번째로 컸다. 저소득층 생계비지원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인 브라질 헤알화(-4.3%),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 등으로 정치적 불안이 커진 남아공 란드화(-3.3%) 등의 하락폭이 컸다.
한은의 8월 금리인상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도 외국인 엑소더스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은의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한국과 대외 금리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금리인상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인상이 증시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반적 상식도 근거가 약하다는 분석이 있다. 개인과 기관의 투자 실탄이 넉넉한 데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인상기에도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2005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5.00%까지 1.75%포인트 올렸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53.4% 상승했다.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연 3.25%로 1.25%포인트 인상했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23.6% 뛰었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는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연 1.75%로 0.5%포인트 올렸을 때는 코스피지수가 16.9% 하락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25~0.75%포인트 높은 ‘금리역전’ 현상으로 외국인 투자금 이탈이 작용한 결과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