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겨울 풍경 '세한제주'…강정효 사진집 발간

한여름에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제주의 겨울 풍광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글과 사진으로 제주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알려온 사진가 강정효 씨가 16일 제주의 세한(歲寒) 풍경을 담은 사진집 '세한제주'를 펴냈다. 세한은 설 전후의 추위라는 뜻으로, 매우 심한 한겨울의 추위를 이른다.

이 사진집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생활 때 그린 '세한도'를 본 저자의 감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 유배 생활 때 청나라에서 유학 중이던 제자 이상적이 귀하고 많은 책을 보내준 덕에 어려운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세한도는 어려움을 겪는 스승을 잊지 않고 챙겨준 이상적에게 추사가 선물한 작품으로, 문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세한도를 보면 허름한 집 한 채를 중심으로 좌우에 두 그루씩 모두 네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그림 속의 나무는 세한송백(歲寒松柏), 즉 소나무와 잣나무로 소개된다.
저자는 "제주에는 잣나무가 없을뿐더러 세한도 속 집의 모양도 제주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이로 인해 세한도 속 풍경은 상상 속의 이미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주의 실제 풍경이 세한도에 담겼다면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하얀 눈과 어우러진 검은 돌담과 그 너머의 푸름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제주의 한 겨울 풍경 89점을 책에 실었다.

저자는 "외부인의 시각이 아닌,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토박이의 관점에서 제주의 세한 풍경을 자랑하고자 한다"며 "제주다움과 함께 돌담이 담아내는 추운 겨울날의 강인함까지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동안 17차례에 걸친 사진 개인전과 함께 '한라산', '한라산 이야기', '섬땅의 연가', '대지예술 제주', '제주거욱대',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 등 제주의 돌 문화와 한라산에 대한 저서 10여 권을 펴냈다.

제주민예총 이사장과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한그루. 192쪽.
가격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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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