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만명 감염…'방역 실패' 말레이 총리 사퇴

취임 17개월 만에 물러나
신임 총리 놓고 정치권 혼란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74·사진)가 코로나19 확진자 140만 명이라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16일 사임했다.

무히딘 총리는 이날 오전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말레이시아 왕궁을 방문해 압둘라 국왕에게 사의를 밝혔다. 작년 3월 1일 취임한 뒤 17개월 만에 물러난 것이다.그는 압둘라 국왕의 동의를 얻어 올해 1월 12일부터 8월 1일까지 ‘코로나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방역 조치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하자 봉쇄령까지 발동했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1만~2만 명 수준으로 급증하자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다.

지난달 25일에는 말레이시아의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야당 의원들은 “무히딘 총리는 방역 실패로 과반 지지를 잃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신임 총리 임명을 두고 말레이시아 정치권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헌법에는 국왕이 다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 명확하게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이 없다. 신임 총리 후보군으로는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국방부 장관, 당초 총리직 승계 예정자이던 안와르 이브라힘 야당 대표 등이 꼽힌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