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IB맨 인기 '뚝'…"테크기업 가서 워라밸"

미국에서도 MZ세대가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월스트리트를 떠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젊은 직원 사이에서 직장으로서 투자은행(IB)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십 년간 대형 IB는 월스트리트에서도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었다. 매년 수천 명의 젊은 꿈나무들이 골드만삭스, JP모간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출발했다. “명망 있는 직장에서 받을 수백만달러의 임금에 대한 대가로 신입 애널리스트들은 긴 근무 시간과 잡무를 기꺼이 감당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IB의 탄탄한 인재풀이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 졸업생들이 애널리스트란 직업을 꺼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다. 반대로 실리콘밸리는 성장했다. 많은 테크 기업이 유연한 근무 환경을 무기로 젊은 인재를 빨아들였다.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또 다른 경쟁자가 됐다. 칼라일이나 블랙스톤 채용 담당자들은 IB 애널리스트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들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할 정도다. 젊은 졸업생들은 더 이상 IB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자신을 갈아넣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JP모간 헬스케어 부문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벤 촌(27)은 “신병 훈련을 받는 것 같았다”고 IB에서의 삶을 설명했다. 10년 전 와튼스쿨 MBA 졸업생의 20% 이상이 IB에 취업했지만, 지난해엔 졸업생의 12%만이 IB에 취업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사람을 뽑기 힘들게 되자 IB들은 초봉을 16만달러까지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성과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일 안 하는 토요일(no-work-on-Saturday rule)’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JP모간은 업무 강도를 줄여주기 위해 200명의 주니어 뱅커를 추가로 채용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