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탄 은행들…신한은행 '가상 점포' 낸다

일반 점포처럼 상품 가입·상담
게임 같은 가상 투자서비스 제공
대학 캠퍼스·야구 관람장도 조성

국민銀, 업무 공간 실험 이어
고객 위한 아바타 영업점 준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은행 점포를 조만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고객이 메타버스 속 영업점을 찾았다가 야구장, 대학 캠퍼스에 들러 중계를 보거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다른 은행들도 가상공간에서 대출을 받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메타버스 점포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메타버스 속 금융의 규칙을 정립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메타버스 점포에 대학 캠퍼스가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정보기술(IT)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17일까지 입찰을 받는다. 신한은행은 사업설명서를 통해 “은행 고객의 ‘아바타’가 돌아다닐 수 있는 가상공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메타버스 점포를 가장 앞장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 영업점에선 금융 소비자의 아바타가 돌아다닌다. 일반 영업점과 마찬가지로 예·적금에 가입하고 펀드, 대출 등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은행 앱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대출, 주식 등 ‘나의 자산 현황’을 볼 수 있고,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가상 투자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제페토 등 다른 메타버스 공간 대신 자체 메타버스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공간 안에선 야구장도 만들어진다. 소비자의 아바타가 다른 소비자와 함께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대화할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공간 내에 대학 캠퍼스도 설치할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제휴한 대학의 캠퍼스를 구축해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고, 모바일 학생증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한은행은 내년 2분기께 메타버스 속 금융생활의 구체적인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국민은행은 최근 ‘업무공간’을 메타버스에 꾸리는 실험을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에 점포와 채용 상담부스, 대강당, 재택센터 등으로 구성된 ‘KB금융타운’을 마련했다. 올해 소비자가 아바타로 찾아올 수 있는 독자 메타버스를 만들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담 조직인 ‘디지털혁신 태스크포스(TF)’를 디지털경험본부에 신설했고, 우리은행도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기업 200여 곳이 참여 중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영업 규제 준비하는 금융당국

은행들이 메타버스에 공을 들이는 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엔 16세 미만 미국 청소년 중 55%가 가입했고, 제페토 사용자 2억 명 중 10대가 80%에 달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듯 MZ세대를 사로잡으려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은행의 디지털 담당 임원은 “MZ세대를 시작으로 40대와 50대가 모바일 뱅킹에 익숙해진 것처럼 메타버스 점포가 앞으로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점포는 현재 대면 점포 수를 줄여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려는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디지털 전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금융당국도 ‘메타버스 금융’의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별 메타버스 사업 계획과 진행 상황을 공유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타버스 내에서 어떤 금융 업무까지 할 수 있는지를 규정한 법적 근거가 아직 없다”며 “각 업권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메타버스 시대에 맞게 개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