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아사히글라스…넓어지고 깊어지는 '파견법 함정'

현대위아 판결 "사외하청도 불법파견 성립 범위에 포함"
아사히 글라스 판결 "제조업 최초 불법파견에 징역 선고"
7월과 8월에는 불법파견과 관련한 중요한 판결이 쏟아졌다. 지난달 8일 대법원에서 선고된 '현대위아 판결'과 이달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선고된 '아사히글라스 판결'이다. 이 두 판결로 인해 제조업 산업현장 전반에 '파견법 위반의 함정'이 전보다 넓어지고, 처벌 수위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위아 판결 "불법파견 성립 범위 넓혀"
현대위아 평택 1, 2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엔진조립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원청인 현대위아에 파견돼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았으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며 현대위아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현대위아 측은 "사내협력업체들이 평택 1공장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정규직 업무와 연동되지 않으며, 특히 제2공장 업무의 경우 정규직이 담당하는 공정 자체가 없고 오로지 사내하청만으로 운영된다"며 원청과 파견근로자들의 업무가 완전히 독립된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원청 정규직들과 파견근로자들이 혼재 근무(섞여서 일하는 것)를 하지 않았고, 서로의 업무가 직·간접적인 연동이 없기 때문에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위아로부터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았는지'에 더 주목했다. 특히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직서열방식(Just In Sequence, JIS)은 원청이 하청의 생산공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근거라는 취지로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판결이다.

이번 판결이 새로운 불법파견 법리를 창설했다거나 기존 견해를 크게 바꾼 것처럼 확대해석될 필요는 없다. 다만 현대위아 측이 "2공장 업무는 '사외하청'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판단하지 않고 외면한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외하청'이란 협력업체가 원청과 물리적으로 다른 곳에 위치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외 하청을 불법파견으로 명백하게 인정한 케이스는 드물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3월 26일 선고된 현대모비스 판결 등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해 온 바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불법파견 위험성을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사히 글라스 판결…제조업 최초 불법파견 '실형'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아사히 글라스 불법파견 판결은 '불법파견 위반의 함정'을 더 깊게 팠다.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와 H는 각각 협력업체와 원청업체의 대표다. H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아사히글라스는 A가 운영하는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글라스 기판을 제조하는 공정에 A의 근로자 178명을 사용했다. 법원은 원하청의 관계가 불법파견 업무라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와 H가 사용한 파견근로자가 178명에 이르고 △파견기간이 6년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6개월과 4개월의 형벌(집행유예)을 내렸다. 서비스업 등 다른 분야에서는 실형 선고가 종종 있었지만 제조업에서 불법파견을 이유로 사업주에게 징역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파견 법리 판단에서는 특별한 게 없는 판결이지만, 업체 대표들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한 부분이 눈에 띈다. 법원은 "아사히글라스가 관할 노동청 점검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파견법에 강화될 무렵 하청 현장관리자를 두거나 시설에 대해 하청과 임대차 계약을 맺는 등 행위를 한 것은 불법파견을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에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노사관계가 대립으로 치닫고 있던 사업장이다. 예민한 사업장에 점검을 나온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불법파견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법이 바뀌면 사업주는 당연히 법에 맞춰 계약이나 업무 구조를 변경한다. 이런 리스크 제거 행동을 '불법임을 인식한 것'이라고 본다면 준법 컴플라이언스, 법무법인 컨설팅 의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형벌을 내리려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불법파견 사건의 경우 도급적 요소와 파견적 요소가 혼재돼 재판부 사이에서도 판단이 엇갈릴 정도로 모호한데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