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친 국민에 희망 메시지…가족의 사랑이 '피로 회복제'

제8회 박카스 29초영화제
동아제약·한경 공동 주최

유튜브·줌 통해 온라인 시상식
지승환 감독 작품 일반부 대상
'…딸의 마음' 완성도 뛰어나
청소년부 대상 조인혁 '1804호'
윤지현, 한예찬·유태웅 최우수상

'리시안셔스' 등 1107개 작품 출품
수상자 14팀에 상금 3000만원
거실에서 가계부를 정리하던 어머니가 빠듯한 생활비를 보고 한숨을 내쉰다. 그때 갑자기 뛰어들어온 초등학생 딸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소리친다. “이번 수학 시험에서 50점 넘으면 책가방 사준다고 했지?” 딸의 성적이 올랐을 거란 기대에 어머니도 덩달아 활짝 웃지만 “그 돈 엄마가 써”라고 장난스럽게 덧붙이는 아이의 모습에 다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이가 놀러 나간 뒤 어머니는 방 책상에서 박카스와 ‘엄마 선물’이라고 쓰인 접힌 종이를 발견한다. 펼쳐 보니 80점대 점수가 적힌 수학 시험지다. 속 깊은 딸이 생활비를 걱정하는 엄마를 위해 자신이 받을 선물을 포기하고 되레 선물을 준 것. 딸의 예쁜 마음씨에 감동한 어머니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힌다.
18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8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지승환 감독의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딸의 마음이다’라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피로가 자식의 사랑으로 풀린다는 평범한 주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문인대 서울예술대 영화과 교수는 “장면 구성과 배우의 연기 등 모든 부분의 완성도가 뛰어났다”며 “29초라는 분량에 여러 차례 반전을 녹여낸 점이 돋보여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기간(6월 23일~7월 30일)엔 피로를 해소하고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이야기를 담은 1107편의 작품이 출품돼 14편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2013년 시작돼 8회째를 맞은 박카스 29초영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단편 영화제 중 하나다. 이번 영화제 출품작은 박카스 29초영화제 첫 회(1581편) 후 두 번째로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2019년 7회 이후 2년 만에 영화제가 열렸는데, 기다렸다는 듯 양질의 작품이 다수 출품돼 놀랐다”며 “자칫 식상할 수 있는 피로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동아제약이 ‘다시 힘내자’는 메시지를 담아 진행 중인 전국 박카스 버스광고를 재치 있게 영상에 활용한 작품이 많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1804호다’를 출품한 인천 연수고의 조인혁 감독이 차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업무 부담이 급증한 택배 기사의 고충을 다룬 작품이다. 택배 기사는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18층까지 계단을 뛰어 올라가야 했지만, 문 앞에 놓인 박카스와 “드시고 힘내시라”는 메시지에 피로를 잊는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수준 높은 연출과 구성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윤지현 감독의 ‘리시안셔스’는 30년째 세탁소를 운영 중인 남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제목이자 꽃 이름인 리시안셔스(꽃도라지)의 꽃말 ‘변치 않는 사랑’처럼, 그가 지치지 않고 수십 년간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일 마중을 나와 함께 걸어주는 아내였다. 작품에서는 영상미와 함께 담담하고 차분한 내레이션, 잔잔한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서울 한강미디어고 한예찬·유태웅 감독은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표현한 ‘나만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행복한 착각이다’로 청소년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강아지를 등장시킨 연출과 화면 전환, 반전 등이 재미있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정윤재·유자은 감독의 ‘나도 처음이다!’는 첫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백발의 노(老)교수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한다. “소리가 안 들린다” “화면이 안 보인다” 등 빗발치는 학생들의 지적에 교수는 허둥지둥. “니들만 처음이냐? 나도 처음이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가까스로 강의를 끝낸 뒤 잠옷 하의를 입은 다리를 책상에 올리며 치킨과 박카스로 성공을 자축하는 교수의 모습이 재미있다. 비대면 시대에 있음 직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영상에 풀어냈다는 평가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유튜브 채널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생중계됐다. 시상을 맡은 동아제약의 최호진 대표, 김학용·박정우 상무가 온라인으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도 함께 시상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퀴즈 행사 등과 함께 ‘그때가 좋았어’ ‘너의 발걸음에 빛을 비춰줄게’ 등을 부른 가수 케이시의 축하 무대도 마련돼 시상식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상자와 가족 등 800여 명은 온라인 방송에 접속해 영광의 순간을 함께 즐겼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3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