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 속, S&P 500 지수는 두 배 올랐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아침부터 여러 가지 부정적 소식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는 국가통계국(NBS) 발표한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로 예상치인 10.9%를 밑돌며 전월(12.1%)보다 하락했습니다. 7월 산업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월 증가율 8.3%나 시장 전망치 7.9% 증가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고, 지난 7월 중국 중부를 강타한 홍수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에선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전월 43.0에서 이달 18.3으로 고꾸라진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여전히 확장과 위축을 나타내는 기준선 0보다 높지만, 전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서 그야말로 폭락한 겁니다. 예상치 29.0에도 큰 폭으로 못 미쳤습니다.
세부지수를 보면 신규수주(전월 33.2→14.8)와 배송(28.3→20.2) 고용(20.6→12.8)이 모두 낮아졌습니다. 반면 비용을 나타내는 가격지불지수는 76.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경기 지표의 예상치 않은 폭락은 지난주 나온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가 전월 81.2에서 70.2로 크게 하락한 데 이은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곳곳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각종 경기 지표에서 반영되면서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7일 아침 8시30분(한국시간 17일 오후 9시30분) 발표되는 7월 소매판매도 예상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전달보다 0.2% 감소를 예상하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3% 감소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의 0.6% 증가보다 훨씬 낮은 겁니다.
주말 새 20년간 미국이 지원해온 아프카니스탄 정부가 무너지고 월남전 패배 때와 같은 탈출 러시가 벌어지면서 증시뿐 아니라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좋지 않았습니다. 월가에서는 아프간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증시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의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인프라 법안 추진에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간에서의 군사적 패배로 인해 군비 확장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경우, 인프라에 많은 돈을 쓰기가 어려워진다는 논리입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 자동차에서 벌어진 11건의 사고나 화재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슬라의 주가를 개장 전부터 끌어내렸습니다.
경기에 부정적일 수 있는 소식들이 잇따르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아침 10시께 연 1.223%까지 급락했습니다. 지난주 12일까지도 1.3%대 중반에 안착하는 듯했는데 이틀 만에 10bp(1bp=0.01%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입니다. 또 경기에 민감한 유가도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Fed 구성원들이 더 빠른 테이퍼링을 추진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정을 발표하고 11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해 내년 6월께 속전속결로 끝낸다는 겁니다. 이는 지난 6, 7월 신규고용이 각각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상당한 추가 진전'이 가까워졌다고 인식하는 Fed 구성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적 소식들이 이어졌지만, 시장의 힘은 강했습니다. -0.3% 수준에서 출발한 다우와 S&P 500 지수는 오전 11시께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오후 2시께는 플러스권으로 돌아섰습니다. 장 초반 1%가 넘게 떨어졌던 나스닥도 하락 폭을 크게 줄였습니다. 결국, 다우와 S&P 500 지수는 각각 0.31%, 0.26% 올라 5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S&P 500 지수 종가 4479.71는 작년 3월 저점의 두 배가 넘습니다. 나스닥은 하락 폭을 0.20%까지 줄인 채 마감했습니다. 또 금리도 반등해 1.27% 수준에서 거래를 끝냈습니다.
중국의 경우 경기가 더 악화하면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델타 변이는 곧 정점을 찍으면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어쨌든 경제 재봉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테이퍼링의 경우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어서 실제 실시되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2013년 당시 '테이퍼 텐트럼'을 철저히 연구해 이를 잘 알고 있는 제롬 파월 의장은 작년부터 계속 선제적으로 알려주겠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강력한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유동성입니다. 작년 3월부터 Fed의 자산은 5조 달러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Fed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대부분 금융시장을 맴돌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주식 시장에는 6050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지속되어 왔고,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1조 달러가 넘는 돈이 세계 증시에 들어오게 됩니다. 지난 25년간 누적적으로 글로벌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이 7270억 달러입니다. 즉 지난 25년간 들어온 돈보다 40%나 많은 자금이 올해 세계 증시에 몰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돈의 82%가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에 쏠리고 있습니다. 돈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주요 주식을 사는 패시브 펀드 말입니다.
게다가 펀더멘털도 강력합니다. 월가의 데이터트랙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S&P 500 기업의 91%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세후 순이익은 13.0%에 달했습니다. 이는 기록적입니다. 주당 52달러에 달하는 순이익은 2019년 분기별 수익인 주당 39달러에 비해 33%나 높은 수준입니다. 매출은 2019년보다 단 8% 늘었지만, 수익은 33%나 증가한 겁니다. 이는 저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 등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든 데다 디지털 투자로 생산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S&P 500 지수는 작년 3월 저점에 비해선 100% 가까이 올랐지만, 작년 2월 사상 최고치(2월 16일 3380.16)에 비하면 32%가량 올랐습니다. 즉 기업 수익 증가 폭 만큼 S&P 500 지수도 오른 겁니다.

이런 때문인지, 이날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10~20% 조정론을 부르짖어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지수 목표치를 높였습니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가 지수 목표치를 4300에서 4700으로 높이며 투항한 데 이어 현재 월가의 가장 큰 베어(비관론자)로 꼽히는 윌슨도 계속되는 사상 최고 행진에 몸을 낮춘 것입니다.
그는 올해 S&P 500 지수의 목표 주가를 3900에서 4000으로 소폭 올렸습니다. 상반기 기업 실적을 볼 때 기업들의 2021년 EPS 추정치를 189달러에서 205달러로 높아질 것이라고 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윌슨은 지수 목표치 조정이 많은 투자자의 항의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고문은 이런 상황을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돈을 밀어내고 있는) Fed와 세 개의 주문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끝없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바라며 안주하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세 가지 주문이란 건 뭘까요. 바로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혼자 소외되는 거 아닌가"(fear of missing out), 그리고 "저가 매수"(buy the dip) 입니다. 그는 "커다란 충격만이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들을 막을 수 있다"(Why Only a Huge Shock Will Deter Risk-Taking Investors)라고 칼럼 제목을 달았습니다. 과연 커다란 충격은 올까요? 그리고 무엇이 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