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지킨 여성 장관, 도주한 대통령에 "수치스러운 일"

아프간 女 장관, 대통령 도주 사태 언급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
"내일 아침까지 우리가 살아있을 지 예측 불가"
랑기나 하미디 아프간 교육부 장관 / 사진 = 트위터
아프간 대통령이 탈레반의 수도 카불 진격 직전 가족과 돈을 챙겨 외국으로 도피하자 혼란 속에서도 자리를 지킨 교육부 장관이 이를 개탄했다.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한 15일(현지시간) 랑기나 하미디(45) 장관은 자택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영국 BBC방송과 실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하미디 장관은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고 아프간 정부가 들어선 지 20년 만인 지난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인물이다. 그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도피 소식을 전해듣고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다. 전적으로 신뢰했던 대통령이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마음 한쪽엔 아직 그가 떠났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하미디 장관은 “지금 나는 창문에서 최대한 떨어진 복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며 “내일 아침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겐 11살 딸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내 딸이 꿈꿔왔던 모든 미래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만약 살아남는다면 수백만 소녀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동요하는 직원들을 달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외로 탈출한 사실이 확인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접근하자 15일 부인과 참모진과 함께 항공편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급히 도피했다.

러시아 국영 통신 스푸트니크는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 공보관의 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돈으로 가득 채운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면서 “돈을 헬기에 모두 싣지 못하게 되자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둔 채 떠났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