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2차전지 업종까지 흔들"…코스닥 1000선 '위태'

간밤 테슬라 빠지자 2차전지 업종 주춤
코스닥시장서 개인 홀로 2000억 가까이 사들여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9.73(2.86%) 포인트 떨어진 1011.05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닥지수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속에 3% 가까이 빠졌다. 증권가에선 환율 급등과 더불어 간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4% 넘게 하락한 것이 지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7일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9.73포인트(2.86%) 내린 1011.05에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에도 1%대 빠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코스닥지수가 102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6월28일(1017.91) 이후 처음이다.이날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44억원, 970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이 1919억원 순매수 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선 셀트리온제약(0.92%)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09%), 에코프로비엠(-4.34%), 카카오게임즈(-0.13%), SK머티리얼즈(-2.34%), 펄어비스(-2.83%) 등이 내렸다.

증권가에선 이날 코스닥시장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 지수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게다가 환율 급등과 함께 2차전지 업종이 주춤한 것도 지수에 악영향을 미쳤다. 2차전지 밸류체인이 일제히 급락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 사태 이후 처음이다.

서장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4% 넘게 하락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코스닥 시총 10위권 상위에 2차전지 소재 업종이 많이 분포돼 있는데, 이런 점들이 코스피지수 대비 코스닥지수의 하락폭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환율도 많이 급등했다"면서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유동성에 민감한 코스닥시장이 환율 변동보다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3원 오른 1176.3원을 기록했다.시장의 최대 관심은 외국인 매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이날 KB증권은 외국인 매도 흐름이 9월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은 31.5% 가량인데 2010년 이후 외국인 지분율의 바닥으로 여겨지는 31%까지는 아직 매도 여력이 5조원 가량 남았다는 계산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의 주요 배경인 반도체 업황 우려와 테이퍼링 경계감을 감안하면 9월말~10월초 테이퍼링 이슈가 본격화할 때까지는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