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랠리 덕봤던 브라질 펀드, '두가지 악재' 터지자 수익률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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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펀드 한달 수익률 0.47%원자재 가격 상승 랠리에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던 브라질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안정세와 미국 정부의 긴축 시나리오 등 ‘두 가지 악재’에 브라질 증시가 하반기에도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각종 악재에 놓인 브라질 대신 인도를 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원자재값 안정되자 상승세 꺾여
달러 강세…헤알화 변동성 커져
"Fed 긴축정책시 가장 취약"
전문가 "인도펀드 주목할 만"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7월 이후 6.01% 하락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쇼크’에 주춤했던 국내 코스피지수 하락률(4.78%)보다 낙폭이 크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브라질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겐 반짝 호재가 찾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인 데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투자하는 국내 해외 주식형 펀드들의 3개월 수익률은 28.05%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5.66%,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7.28%를 압도했다. 한 달 수익률도 다른 대륙을 크게 앞섰다. 일각에서 원자재 랠리 덕에 브라질이 다시 각광받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왔다.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브라질 증시 보베스파지수는 처음으로 130,000 고지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린 원자재 가격이 다시 증시 발목을 잡았다. 브라질 시장은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철광석 석유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증시에서 광산업체 발레SA와 정유업체 페트로브라스가 시가총액 1, 2위인 이유다.
하지만 브라질 펀드의 최근 한달 수익률은 0.47%, 3개월 수익률은 1.6%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MSCI 전세계지수가 1.6% 상승한 사이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2.7%), 구리(-1.6%), 철광석(-16.0%) 등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증시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신흥국 중 최대 원자재 수출국이자 재정적자국”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에 취약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짝 오름세를 보인 브라질 증시가 올 하반기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 흐름 속에서 브라질 헤알화가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년 만에 최대치(9.00%)로 치솟은 것도 악재다. 민 연구원은 “브라질 중앙은행의 물가목표 범위인 2.25∼5.25%를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전문가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브라질 대신 인도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낮고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있는 인도 증시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이달 들어 5% 넘게 올랐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그동안 가려진 인도 경제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