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회담 '빈손 귀국'…공급 규모·시기, 확답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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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께 물량·일정 통보해주기로미국 바이오회사 모더나가 7~8월에 못 준 코로나19 백신 물량 수백만 회분을 9월 초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우리 정부와 약속했다. 모더나는 당초 8월에만 850만 회분을 국내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생산 차질로 공급량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주 모더나와의 협의에서 “빠른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의 ‘있으나 마나’ 한 약속만 받아냈을 뿐 구체적인 도입 물량을 확정짓지 못한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물량조차 우선 도입 확답을 못 받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삼바 위탁생산분 국내 우선공급도 "논의 필요" 답변만
델타 검출률 85%로 급증…"남미 람다변이도 대비해야"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지난 13일 코린 르 고프 모더나 최고판매책임자 등과 3시간 동안 협의했다”며 “모더나의 잦은 공급일정 번복에 대해 강한 유감과 항의를 표명하고,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모더나도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어려움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sincerely apologize)했고, 공급 차질의 원인이 된 협력사의 실험실 문제도 거의 해결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정부가 모더나에 요청한 건 ①7월 미공급 물량(66만 회분)과 8월 물량(850만 회분)을 이달 최대한 많이 줄 것 ②이달 안에 못 준 물량은 9월 초까지 보낼 것 ③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 우선 공급해줄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하지만 이 중 확정된 건 하나도 없다. 모더나는 ①번과 ②번에 대해선 주말께 구체적인 물량과 일정을 우리 정부에 통보키로 했다. ③번에 대해선 “협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표단의 항의 방문에도 “바뀐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모더나 백신 확보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구두 약속을 받았더라도 백신이 국내에 실제 도착할 때까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정부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에도 ‘10월 전 국민 70% 접종 완료’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강 차관은 “이미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계획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접종자는 2305만358명, 접종 완료자(얀센 접종자 포함)는 999만6839명이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추석 전까지 1차 접종자는 1295만 명, 10월 말까지 접종 완료자는 2600만 명 추가돼야 한다.델타 변이 감염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이 지난주(8월 8~14일) 국내 발생 확진자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델타 변이 검출률이 85.3%에 달했다. 직전 주(73.1%)보다 12.2%포인트 높아졌다. 신규 확진자 10명 중 8~9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남미에서 유행하고 있는 람다 변이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