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0원 앞둔 환율…"외국인 추가 엑소더스 가능성에 변동성↑"

외국인 주식시장 '매도'로 환율 상승 폭 '확대'
"외국인 매도 추가로 5조원 가량 나올수도"
"가파른 원화 약세 오래가진 않을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80원 돌파를 앞둔 원·달러 환율에 대해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추가 매도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환율이 가파르게 뛴 만큼, 과매도권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9원 오른 1178.2원에 개장했다.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7.3원 급등한 1176.3원에 장을 마쳤다. 심지어 장중 한때 1179원까지 치솟았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170원을 넘은 건 지난해 9월29일(1171.20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배경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Fed) 고위 인사들이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3개월 내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시기를 발표하고 11월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테이퍼링 발표 시점을 내년 3월로 예상했다가 올해 12월로 조정했다.

여기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투매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전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125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682억원 어치를 매도하면서 코스닥은 2.86% 급락했다. 코스피도 0.89% 하락했다.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 변이 확산에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작용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원화 약세는 외국인 매도세와 코로나가 맞물린 영향"이라며 "4분기 디램(DRAM) 가격 하락 전망에 따른 반도체의 다운 사이클 우려도 심화됐고, 외국인 매도세와 이에 따른 역송금 수요로 달러 매수 우위 현상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추가 주식 매도 가능성 등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과매도권으로 진입한 만큼 원화 약세 현상이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5조원 가량 추가 외국인 매도가 나올 수 있지만,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외국인 지분율 등을 감안할 때 그 이상 매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9월 말 예정된 FOMC 이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안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약세 폭이 컸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주일간 2.3% 상승했다. 두 번째로 약세 폭이 컸던 통화는 필리핀 페소로 0.5% 오르는 데 그쳤다. 김효진 연구원은 "남아공 란드, 태국 바트화 등도 원·달러 환율과 비슷한 폭의 약세를 기록 중"이라며 "미국의 테이퍼링 경계감이 남아있지만 남아공이나 태국보다 한국이 테이퍼링 이슈에 취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최근 달러 강세가 가파른 속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신흥국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신흥시장국채권지수(EMBI) 스프레드도 크게 자극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큰 이슈가 없는 한국 원화의 가파른 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