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와 경쟁하는 세계 3대 업체…동물용 진단기로 세계가 깜짝

오스테오시스, 실험동물 희생 없앤 진단기 NASA프로젝트에 납품
내년 세계 최고 기종 출시…골밀도 풀라인업 갖춘 세계 유일 회사
"의료기기中企 개발 지원" 서울시-산단공 센터 조성에 참여
안영복 오스테오시스 대표가 실험동물용 골밀도 및 체성분 분석기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뼈에 구멍이 생겨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골다공증은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인구 고령화로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만 100만명, 전세계 2억명이 앓고 있는 이 질환으로 3초에 1명꼴로 골절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진단하는 골밀도 진단기기 시장 역시 연간 1조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휩쓸고 있는 일반적인 의료기기 시장과 달리 이 시장은 국내 중소기업인 오스테오시스가 세계 3대 제조회사다. 제너럴일렉트릭(GE), 홀로직(세계 최대 여성질환전문 의료기기업체) 등과 경쟁하며 전세계 9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일류 의료기기 만들자" 이민화 회장과 의기투합

2000년 설립된 오스테오시스는 20여년간 골밀도 진단기 ‘한 우물’만 팠다. 안영복 오스테오시스 대표이사는 건국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1999년 당시 고(故) 이민화 메디슨 회장의 요청으로 국산 골밀도 진단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KAIST 대학원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당시 병원에서 미국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해 쓰던 골밀도 진단기를 국산화하는 것을 넘어 세계 일류 제품으로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안 대표는 1년 반 만에 국내 최초 초음파 방식 골밀도진단기 개발에 성공했다. 메디슨 자회사였던 이 회사는 2001년 모기업(메디슨)의 부도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꾸준한 제품 개발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2009년 기존 초음파 방식보다 정밀도를 높인 X선 방식(덱사) 골밀도 진단기를 국내 처음 출시했다. 서로 다른 두 에너지의 X선을 인체에 투과시켜 각 에너지가 인체의 다양한 성분을 투과하는 과정에서 산출해내는 감쇄율을 분석해 골밀도를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5년엔 이 기술을 통해 체성분 분석도 가능한 전신형 골밀도 진단기를 출시하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GE 홀로직 등과 본격 경쟁했다. 가격도 글로벌 경쟁사의 60~70%수준으로 전세계 골밀도 진단기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내년엔 X선 노출시간을 최소화시킨 고속스캔 골밀도 진단기를 출시해 기술력으로도 GE 홀로직을 완벽히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이 신규 제품으로는 뼈의 밀도를 비롯해 전신의 지방량 및 근육량 등을 불과 3분만에(기존 제품은 10분 이상) 분석할 수 있어, 골다공증 뿐만 아니라 근감소증을 위한 정밀 진단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초격차를 지향하는 동급 세계 최상위 기종인 셈이다. 안 대표는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 생산하고 손목, 발목, 전신형, 초음파, X선 방식 등 모든 종류의 골밀도 진단기를 갖춘(풀라인업) 업체는 세계에서 오스테오시스가 유일하다”며 “가격경쟁력과 맞춤형 제품 개발도 이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테오시스의 전신형 골밀도 채성분 분석장비

NASA, 하버드大 등에 쓰이는 실험동물용 신제품

오스테오시스는 작년 실험동물용 골밀도 및 체성분 분석기기(모델명 인사이트)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신시장을 개척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을 작년보다 20%증가한 220억원대로 예상하는 비결이다. 코로나19로 관심이 높아진 각종 백신, 치료제, 의약품 등의 개발과정에 있어 실험용 동물을 활용한 전임상시험은 필수 절차다. 하지만 효능을 검사할 때마다 실험용 동물의 희생이 따라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 제품은 전임상 실험과정에서 동물을 해부하지 않고도 골밀도와 체성분을 추적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종단연구에서 없어서는 안될 제품’, ‘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최소화시키는 생태친화적 제품’, ‘연구원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찬사가 이어진 배경이다.

우주공간에서 실험용 쥐의 골밀도와 근육량을 측정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 프로젝트엔 벌써 이 제품이 활용됐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명병원인 뉴욕마운트시나이병원, 뉴욕대, 독일 아헨공대, 일본 도쿄대 등에 수출됐고, 미국 하버드대와 일본 교토대 등에 올해안에 납품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이 제품은 연구소와 제약회사, 대학에서 장차 필수 기기가 될 것”이라며 “사람뿐만 아니라 전임상 및 수의과용 체성분 분석 시장에서도 오스테오시스가 조만간 세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테오시스의 반신 측정용 골밀도 채성분 분석장비

서울시-산단공 G밸리센터서 의료기기中企 지원 앞장

오스테오시스는 기술력이 있지만 영세한 의료기기업체를 지원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서울시가 조성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내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각종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중소의료기기업체를 위해 첨단 의료기기 개발 및 시제품 제작 지원, 임상시험 및 기술사업화 지원, 인허가 및 시장진출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으로 오는 12월 개관한다. 이행만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장은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규제 극복과 시장 진출을 지원해 의료기기제조기업이 찾는 G밸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