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0원 돌파 앞두고 외환당국 개입…환율 7거래일 만에 내려[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장초반 1179원70전 ↑
기재부 "오버슈팅 경계"
환율 1160원선으로 내려

美 테이퍼링 11월 임박
달러강세 이어질듯
"환율 1200원 갈수도"
사진=연합뉴스
18일 장초반 오름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 개입으로 7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신호를 보내는 만큼 환율이 재반등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유동성 파티'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 1200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우려도 높다.

당국, 1180원 방어선 쌓았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4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8원 내린 1168원30전에 거래 중이다. 1원90전 오른 1178원20전에 출발한 환율은 오전에 1179원70전까지 뛰면서 1180원 선 돌파를 코앞에 두기도 했다.하지만 오전에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내림세로 전환했다. 오재우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 과장은 “최근 환율 오름세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본국으로 투자금을 송금하기 위한 달러 매수가 원인"이라며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외환당국이 1180원을 방어선으로 구축하고 구두개입에 이어 달러를 파는 등 직접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와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한국의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7.8% 절하됐다. 미국 유로존 영국 캐나다 일본 중국 브라질 등 주요 12개국 통화가치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됐다.

한국의 통화가치가 유독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진 속도가 빨라진 것과 맞물린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805명을 기록해 지난달 7일(1212명) 이후 43일 연속 네 자릿수를 나타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자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부각됐다.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외국인이 집중 매도하는 것도 환율에 부정적 재료로 작용했다. 올 4분기부터 반도체 D램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 실적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환전하려는 외국인의 움직임은 원화가치를 끌어내렸다.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것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달러가치를 밀어올렸다.


긴축발작 우려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푸는 Fed가 조만간 '돈줄'을 조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스탠다드차타드(SC) 등은 이르면 오는 11월에 Fed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Fed가 달러 공급을 줄이는 만큼 달러 가치는 뛰고 미국 시장금리는 오르게 된다. 달러와 미 국채를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이탈하는 행보도 이어진다.

Fed의 움직임에 환율이 단기적으로 1200원선을 찍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수급 여건과 테이퍼링 발표 여부에 따라 일시적으로나마 1200원선이 뚫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Fed는 2014년 1월부터 매달 850억달러씩 사들이는 국채 등을 750억달러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본격 실시하며 차츰 매입 규모를 즐였다. 이후 2015년 12월에 기준금리를 연 0.0~0.25%에서 연 0.25~0.5%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 직후 꾸준히 금리를 인상해 2018년 12월 연 2.25~2.00%까지 높였다.

당시 Fed의 출구전략으로 환율은 치솟았다. 2014년 7월3일 1008원50전까지 떨어진 환율은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같은해 11월 14일(1100원50전)으로 1100원 선을 돌파했다. 2015년 9월7일(1203원70전)에는 1200원 선을 넘어섰고 그 이후에도 1200원선을 맴돌았다. 당국이 개입에 나섰지만 테이퍼링이 본격화하면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과 미국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달러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