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물바다 된 도로…주민들 "물길 원래대로 회복 시급"

상류 아파트 개발붐으로 물난리 반복…근본적 대책 세워야

"개발로 인한 물난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물길을 원래대로 회복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
호우경보 속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진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솔올택지 간선도로와 인근 지변동 진입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오전 5시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진 장대비는 저지대 농경지를 삼키고, 평소 시민과 차량이 다니던 도로는 흙탕물이 가득한 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 자연재해가 적지 않은 강릉이지만 이곳이 예전부터 침수 피해가 발생했던 곳은 아니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류인 유천동 지역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건설된 이후 빗물은 콘크리트와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유입하면서 하류 지역의 물난리는 집중호우 때마다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새벽 시민들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물이 찬 도로를 빠져나온 곳은 예전에 개울이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개울을 콘크리트로 복개한 이후부터 빗물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물바다로 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개울을 복개한 이후 몇 곳에 설치한 배수구는 생활 쓰레기나 빗물로 타고 들어온 잡초로 막혀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주민 김모(70)씨는 "예전에 이곳은 버드나무가 울창한 개울이어서 버드나무 가지로 조리를 만들기도 했었다"며 "물이 흐르던 곳을 콘크리트로 덮어 놓으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개한 것을 걷어내고 원래대로 물길을 회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개발붐을 타고 이 지역에는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복개한 하천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강릉시도 반복되는 물난리를 '단순 도로 침수'로 보는 분위기여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강원 동해안과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30∼5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