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조원 '코로나 지원금' 쥐고도…美학교들, 스쿨버스 기사 못 구해 비상

고용시장 훈풍…비인기업종 기피
개학 미루거나 학부모 직접 픽업
미국 학교들이 스쿨버스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연방정부로부터 2000억달러(약 233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았지만 구인난에 시달리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 활동 재개 등으로 미국 일자리가 넘쳐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업종에서는 채용이 힘든 탓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학교들이 개학을 앞두고 스쿨버스 기사를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학교는 특별 보너스까지 내걸며 기사 확보에 나섰지만 막상 지원자가 많지 않은 탓이다.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이스트사이드 차터스쿨은 자녀를 직접 등하교시키는 부모에게 7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고육지책까지 꺼내들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공립학교들은 기사 400여 명을 확보하지 못하자 개학을 2주일 연기했다.

스쿨버스 운전기사 부족 사태는 미국에서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6월 채용 공고는 1007만 건(구인 건수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고를 낸 고용주들이 뽑지 못한 인력은 340만 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지난달 미 실업률은 5.4%로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미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심화하면서 선택권이 커진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대면 접촉이 잦은 스쿨버스 운전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미 학교들은 운전사뿐 아니라 청소부, 급식 근로자 등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WP는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은 학교들의 구인난에 대해 “돈만으로는 학교 현장이 정상으로 복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