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마음의 창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창밖으로 짙고 밝은 띠의 문양이 가득 차 있다. 그 아래 원형의 사물과 주변의 짙은 음영이 창 외부와 함께 기하학적 풍경을 이뤘다. 이 작품은 사진가 백승우가 세계 여러 호텔 객실 창에 비친 풍경을 촬영한 ‘윈도(Window)’ 연작의 하나로 창밖의 빌딩과 객실 안의 전등, 원탁 등을 함께 찍은 것이다. 호텔리어이기도 한 작가는 객실 창에 주목했다. 창을 통해 보이는 외부의 세계와 객실 내부의 평범한 사물을 한 프레임에 담아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했다.

백씨의 작품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창’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인간의 내면엔 자신만의 창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창을 통해 들어온 외부의 모습을 보게 된다. 또한 자기 내면의 창을 통해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타자는 저 창밖의 건물들처럼, 창에 의해 재단된 것일 뿐이다.작품마다 다른 형태의 창문과 그로 인해 색다르게 변하는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인식하는 외부의 모습이 우리 내부의 창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담아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