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야심작 '명품 화장품' 나온다

뷰티 브랜드 '오에라' 이달 공개

현대百 한섬, 글로벌 시장 겨냥
1년간 스위스 연구진과 협업
유통 출혈 경쟁 넘어 '제3의 길'
"한국 국가대표 화장품 만들겠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화장품 매장.
“한국의 국가대표 화장품을 만들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한섬의 ‘오에라’팀에 내린 특명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설화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이즈음이다. 한섬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스위스 연구진과 기획부터 생산까지 협업해온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이달 말 출시한다. 2012년 한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SK바이오랜드 인수, 올초 더현대 오픈 등 e커머스 시장 격변 와중에 경쟁 업체와 다른 길을 추구해온 정 회장의 ‘제3의 길’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뷰티시장 공략 시동

18일 백화점 및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이달 초 신세계, 롯데,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 뷰티 바이어에게 오에라 입점 의향서를 보냈다. 이달 말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에 먼저 매장을 낸 뒤, 내년 초 백화점별 MD(상품기획) 개편 때 경쟁사에도 점포를 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에라는 ‘K-명품’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정 회장이 공을 들인 야심작이다. 한섬은 럭셔리 스킨케어의 대명사인 라프레리를 잡기 위해 라프레리에서 연구원장으로 20년간 몸 담은 전문가와 손을 잡았다. 상품 전량은 스위스에서 생산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한섬이 약 1년 동안 VIP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테스트하고 반응을 봐가며 만든 브랜드”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경영진 내에서 “럭셔리 화장품을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땀과 돈을 아낌없이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뷰티업계에선 해외 브랜드가 독점하다시피 한 글로벌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그룹 간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매장을 열었다. 뽀아레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글로벌 명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00년 전통의 프랑스 ‘폴 뽀아레’를 사들여 올초 선보인 브랜드다.

2030년 매출 40조원 프로젝트 ‘가동’

현대백화점그룹이 화장품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을 전후해서다. 2012년 한섬을 인수하면서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은 오랫동안 여성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면서 피부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진은 2012년 리바트, 한섬을 품은 것을 계기로 제3의 길을 모색해왔다. 현대백화점은 대형마트 시장엔 아예 참전하지 못했고 백화점 점포 수에서도 롯데에 밀린다.정 회장은 이런 한계를 인수합병(M&A·2012년 이후 약 1조6000억원 투자)과 현대백화점 브랜드를 활용한 신수종 사업 확보로 극복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내세웠다. 화장품 사업을 위해 작년 5월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인수했고, 이어 SK그룹으로부터 화장품 원료 기업인 SK바이오랜드를 사들였다. 뷰티, 헬스케어, 바이오, 친환경, 고령 친화 등 5대 먹거리를 통해 작년 말 20조원 규모인 그룹 매출을 2030년 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오에라 출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인 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