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노른자땅에 첨단물류단지…5년 묶인 하림 양재사업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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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시설 비중 놓고 갈등감사원이 18일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인허가 지연과 관련해 서울시의 책임을 인정함에 따라 하림그룹의 사업 추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림그룹은 물류단지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향후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양측 간 쟁점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사업 추진 정상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서울시 "50% 이상 돼야 허가"
하림 "40% 넘으면 사업 불가"
감사원은 "서울시가 지연 책임"
추후 용적률 문제가 쟁점
서울시 "용적률 800% 어렵다"
하림 "인·허가 나면 협의할 것"
○서울시 “사업 추진 위한 법적 절차 진행”
서울시는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에 조속히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물류단지의 연구개발(R&D) 시설 비율을 50% 이상으로 결정해 하림그룹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지난해 5월 행정1·2부시장 연석회의에서 R&D 시설비율을 40%로 완화함에 따라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만큼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물류단지 내 R&D 시설 비율은 서울시와 하림그룹이 부딪친 주요 쟁점이었다. 서울시는 자체 ‘유통업무설비 개발지침’에 의거해 R&D 시설 비율 50% 이상을 요구했고, 하림그룹은 최대 40%를 제시했다. 서울시는 2015년 양재 물류단지 부지를 R&D 지구로 육성하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등 물류단지 개발과 연계한 R&D 육성방안을 추진해왔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서울시가 하림그룹에 대외 구속력이 없는 자체 개발지침 준수를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림그룹은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후 낸 입장문에서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은 R&D 시설 40%를 반영하면 개발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서도 “도시첨단물류단지가 생활물류가 폭증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도시문제를 해소하는 데 시급하게 필요한 도시 인프라인 만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상암몰’ 사례 재현될까
업계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롯데 상암몰’ 사례처럼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서울 상암동 2만644㎡ 용지를 1972억원에 매입해 쇼핑몰 건립을 추진했으나 서울시가 ‘골목상권 보호’ 논란을 의식해 인허가를 지연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2019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서울시가 심의 절차를 부당하게 지연해 행정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롯데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됐다”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이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난 1월 롯데쇼핑의 상암 롯데몰 심의를 가결했다. 롯데쇼핑은 내년에 착공해 2025년까지 쇼핑몰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R&D 시설 비율 외에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문제 등 다른 쟁점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하림그룹은 용적률 800%를 적용해 지하 7층~지상 70층의 대규모 물류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도시계획상 인근 부지 용적률이 400% 이내로 관리되고 있는데, 하림에만 높은 용적률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반대해 왔다. 하림그룹은 용적률 800%를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고, 인허가 후 협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교통 대책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하림그룹 계획대로 양재나들목(IC) 인근 부지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하면 안 그래도 상습 체증 구간인 인근 도로 교통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완화, 교통대책 등 세부적인 사항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용적률, 교통 등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울시의 전향적인 행정을 기대했다.
하림그룹은 서울시 인허가가 또다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인허가 지연으로 금융비용 등 최소 150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도원/안상미/전설리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