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물류단지 지연 서울시 탓"…감사원, 하림그룹 손 들어줬다

하림, 부당행정 공익감사 청구
'정책 혼선' 서울시에 주의 조치
하림그룹이 첨단 물류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감사원은 18일 서울시가 이 사업의 인허가를 부당하게 지연시켰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병언 기자
서울시가 하림그룹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 인허가를 부당하게 지연시켰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가 감사 결과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하기로 해 인허가 절차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에 전례 없는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감사원은 18일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 인허가 지연’ 감사 결과 서울시의 부적정한 업무 처리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하림에 대외 구속력이 없는 시 개발지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사업에 적용될 지구단위계획을 위법하게 입안했다. 부서 간에 업무와 관련한 사전 조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정책 추진에 혼선을 초래하지 말라”며 서울시에 주의를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산업단지절차간소화법 물류시설법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하림그룹은 2016년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4949㎡를 4525억원에 매입해 물류단지 설립을 추진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에 인접해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히던 곳이다. 이 부지는 같은 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물류·상업시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시설, 아파트 등을 함께 지을 수 있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하림그룹은 사업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에 2018년 1월 1차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시는 “시의 개발 방향과 배치된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하림그룹이 사전 협의 끝에 지난해 8월 2차 투자의향서를 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등의 여파로 인허가 과정이 전면 중단됐다. 하림그룹은 지난 1월 “서울시가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하림그룹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생활물류가 폭증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경제 시대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필수 인프라”라며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도원/안상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