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AI스타트업<18>가우디오랩 "돌비 넘어서겠다"
입력
수정
정교한 공간음향 구현 인공지능 음향기술 확보수십 년간 유수의 글로벌 제조업체들로부터 갑(甲)의 위치에 섰던 기업이 있다. 미국 음향 기업 돌비 래버러토리스다. 돌비의 주 수입원은 자사 특허 기술을 채택한 업체들로부터 기기마다 받는 기술료(로열티)다. 수천만 개의 음향 표준 체계를 섭렵해 놓은 덕분이다. 1조원이 훌쩍 넘는 연간 매출액의 90%가량을 로열티가 차지한다. 현재 100억대가 넘는 전자기기가 돌비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현실 세계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몰입감 강점
음향공학 박사만 7명..."메타버스 시대 대비 완료"
"음향업계 세계 표준 돌비 넘어설 날 머지 않아"
이러한 돌비에 도전장을 던진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인공지능(AI) 음향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이다. 가우디오랩이 노리는 시장은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현실과 비현실이 혼합된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몰입감을 끌어올리려면 콘텐츠뿐만 아니라 소리도 실제와 같아야 한다”며 “아직 음향 표준 체계가 정립되지 있지 않은 메타버스 시대에서 자체 개발한 ‘공간음향 기술’을 표준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언급한 공간음향은 단어 그대로 한 공간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담는 기술을 뜻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안의 카페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이에겐 어떤 소리가 들릴까. 멀리서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의 소리가 들리고, 가까이선 자신이 타자를 치는 소리,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주고 받는 대화 등이 혼합돼 들릴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소리가 각각 다른 크기의 사운드로, 원근감이 느껴지게 들려야지만 몰입감이 증대된다는 점이다.
가우디오랩은 헤드셋만으로 현실 세계 소리와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한 소리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체 개발한 AI 기술과 음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를 중심으로 360도 전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를 정확한 크기의 사운드로 구현하는 것이다. 오 대표는 “‘BTRS’, ‘바이노럴 렌더링’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메타버스 시대에 적합한 사운드”라며 “영화관은 청자를 둘러싼 여러 대의 스피커 덕분에 자신을 둘러싼 소리를 웅장하고 원금감 있게 들을 수 있는데, 헤드셋만으로 원근감 있는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점이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도 자사 음향 기술을 손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SW) 등의 형태로 상용화시킬 계획이다. 오 대표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표준 음향 체계를 개발해 ‘제2의 돌비’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오 대표는 “창업 이전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에서 오디오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대기업도 꼼짝 못하는 돌비의 독점성에 대해 몸소 깨달았다”며 “가우디오랩엔 대기업에서도 한 명도 보기 힘든 음향공학박사가 7명이나 있고, 20여 명의 오디오 전문가가 모여있다. 음향 기술력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가우디오랩은 현재는 음향 기술력을 앞세워 내실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메타버스의 근간이 되는 가상현실(VR), 혼합현실(AR) 시장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아서다. 가우디오랩은 네이버와 함께 소리를 재생하는 기기나 콘텐츠마다 들쭉날쭉한 음량 편차를 줄이는 기술인 ‘음량 평준화 기술’을 개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여러 영상 간 음량의 차이를 보정하는 기술도 개발해 SK텔레콤의 플로, NHN의 벅스 등에 공급했다. 또한 콘텐츠 오디오에서 사람의 목소리만을 따로 추출하는 인공지능 오디오 기술도 시장에 내놨다.
업계에선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가우디오랩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창업한 가우디오랩은 현재까지 6억 규모 시드 펀딩, 시리즈 A로는 50억을 투자받았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 시리즈 B 투자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메타버스 시장 선점이다. 다가올 VR, AR 시대를 준비하며 2년 내에 상용화할 수 있는 메타버스 음향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음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선 전용 장비와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이 필요해 일반 소비자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돌비와 달리, 개인들도 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발해 메타버스에선 돌비를 밀어내겠다”고 전했다. 배성수 IT과학부 기자